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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북미회담 전개의 조건 / 박두복

등록 2018-05-24 19:43수정 2018-05-24 23:20

박두복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북-미 정상회담이 불투명해졌지만, 만약 열린다면 비핵화의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을지 여전히 관심을 끈다.

북-미 회담의 성공 여부는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한 태도 변화를 평가하는 시각과 방향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김정은의 태도 변화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에 대한 반작용으로 평가하고 인식한다면 회담 결과의 낙관적 전망은 어려워질 것이고, 핵·경제 병진노선의 종결과 경제건설 집중이라는 정책노선 변화의 산물로 평가한다면 보다 낙관적인 결과와 전망이 가능해질 것이다.

김정은의 집권 후 전력을 경주해온 당 영도 체제의 복원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김정은 체제에서의 정책은 당의 결정에 의해 확립되고 합법화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경제발전에 우선순위를 설정한 지난 4월20일자 당의 결정은 김정은 체제의 기본 정책노선으로 평가하고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에서의 노선 변화를 정면에서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 정부다.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에 중대한 이해를 갖는 중국 정부는 이러한 평가를 기초로 지난 수년간 지속되어 왔던 북한과의 비정상적 관계를 본격적으로 복원시켜가고 있다. 그동안 단절되었던 정상 교류를 회복하면서 앞으로 북한에서 전개될 개혁개방과 경제발전 과정에 있어서 그들의 역할과 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 이후 당과 국가건설 경험에 대한 상호 교류를 강조하면서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에 대한 북한의 학습과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새로이 전개되고 있는 중국의 대북한 정책의 전면적 조정 과정에서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이 전면에 등장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급진적 경제사회발전에 따라 공산당 일당체제가 심각히 도전받는 상황에서 왕후닝은 당의 성격과 체질을 중국 사회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는 방향에서 변화시킴으로써 공산당 일당체제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확립하는 이론적 토대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중국의 대북정책상 왕후닝의 부상은 일당체제를 유지해 가면서 고도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을 이룩해온 그들의 선행 경험을 향후 전개될 북한의 개혁개방정책에 접목시켜 가려는 중국의 정책의지를 읽을 수 있다.

미국도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태도 변화를 그들이 추진해온 대북제재·압박의 결과로 보기보다는 김정은이 당의 결정에 의해 천명한 정책노선 변화의 산물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를 위한 성공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회의의 의제를 비핵화와 북한 체제의 안전보장 문제에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인권 문제를 비롯한 양국 간에 존재하는 다른 이슈들은 잠정적으로 의제에서 가능한 한 배제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비핵화를 수단으로 체제 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북한 체제 보장을 수단으로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반된 입장은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북한의 기본목표인 체제 보장 문제를 미국이 그들이 추구하는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효용성과 유연성을 발휘해 간다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 문제의 본질적 원인이 체제 유지에 기인하기 때문에 체제 유지라는 목표가 달성되거나 보장되지 않는 한 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그들의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 체제 보장 문제를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 보다 전향적이고 유연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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