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팀장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죠) 대만 ‘국민가수’ 덩리쥔(등려군·1953~1995)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다. 그의 대표곡으로 ‘첨밀밀’이 더 알려져 있는데, 1997년 홍콩에서 같은 제목의 영화가 개봉됐다. 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 두 곡이 배경음악으로 이어져 나온다. 영화 <첨밀밀>은 1986년 중국 본토에서 ‘홍콩 드림’을 꿈꾸며 이주한 남녀 주인공(리밍(여명)과 장만위(장만옥) 출연)이 홍콩과 대만, 미국 뉴욕 등지를 전전하며 10년간 이어가는 운명적인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회의 이야기다. 8년을 서로 헤어져 있던 주인공들이 1995년 5월 뉴욕의 한 거리에서 우연히 전자대리점의 텔레비전에 나오는 덩리쥔 사망 소식을 같이 지켜보다 재회하는 부분에서 두 노래가 흘러나온다. 십수억 중국 본토인들까지 심금을 울린 덩리쥔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아련하면서 애틋한 감정을 자아내는 선율의 ‘월량대표아적심’은 두 주인공이 서로 고개를 돌려 마주 보며 말없이 미소만 짓는 엔딩 장면과 함께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진한 여운을 남긴다. 노래 가사를 보면 “내 애정과 사랑은 진실하고 변함이 없다”며 “달빛이 (이런) 내 마음을 대신한다”고 한다. 은은한 달빛 아래서 연인들끼리 사랑을 고백하며 맹세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그런데 왜 진실하고 변함없다는 애정과 사랑의 마음을 달빛에 비유했을까? 날마다 조금씩 바뀌며 며칠도 안 가서 속절없이 변하는 게 달빛인데 말이다. 연인들의 만남과 고백이 낮보다는 주로 밤에 이뤄지다 보니 어둠을 밝히는 달빛이 거짓 없는 속마음을 대신한다고 했을 수 있다. 어쩌면 사랑의 고백이나 맹세라는 것이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리 염두에 뒀을지도 모른다. 달이 찼다가 이지러져도 때가 되면 다시 차오르듯이 마음이 변해 떠나간 사랑도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나 소망이 담겼을 수도 있다. 마치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서)는 마음과도 같이. 그래서 영화 <첨밀밀>에서 주인공들의 재회 직전 흘러나오는 ‘월량대표아적심’의 선율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말 남북 두 정상의 극적인 판문점 깜짝 재회가 표류 위기에 놓였던 북-미 정상회담을 정상으로 돌려놓았다. 앞서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이 새로운 남북관계와 평화·통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주기도 했지만 한 가닥 의구심과 불안감 또한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보여준 남북 정상의 재회는 남북 간에 아무리 큰 난관과 장해가 닥치더라도 서로 계속된 만남을 통해 극복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더욱 굳게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달빛이 이지러지더라도 다시 차오를 것을 의심할 수 없듯이 말이다. 6·13 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출마 후보들 가운데 달빛이 변하듯 선거 전과 후의 태도나 자세가 쉽게 바뀌는 후보는 없는지 잘 가려 표를 찍을 필요가 있다. 선거 전 “일꾼이 되겠다”, “혼신을 다 바쳐 봉사하겠다” 하고선 당선 뒤 ‘상전’으로 군림하거나 자신 또는 측근 챙기기에 나서는 후보는 걸러내야 한다. 선거는 연애와 다르다. 달콤한 언행이나 달빛의 조명발에 속지 말고 밝은 대낮에 드러나는 민낯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사랑은 실패해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선거에 실패하면 다음 선거에서 바로잡아도 적폐가 남고 귀중한 시간과 세금을 허비하게 된다.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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