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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 사회] 과총과 한인회 / 김우재

등록 2018-06-25 18:06수정 2018-06-26 00:54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올해 과총(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대한민국 과학기술 연차대회의 주제는 ‘스마트시대 창의와 공감의 과학기술’이다. 시대가 변했다는 건 아는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사라졌다. 물론 그 자리는 ‘4차 산업혁명’이 채웠다. 심지어 세종대왕의 과학기술혁신 리더십을 논하는 기조강연도 보인다. 젊은 과학기술인은 이 대회에 관심이 없다. 온갖 화려한 말들로 도배된 이런 대회가 젊은 과학기술인의 미래에 무슨 도움을 주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대회 팸플릿을 아무리 뒤져봐도 최근 설립된 대학원생 노조와 이공계 대학원의 심각한 인권실태에 대한 말이 없다. 서울대 공대 대학원이 미달 사태를 빚고, 지방대 이공계 대학원은 외국인 유학생으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이 심각한 구조적 원인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논의할 생각이 없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기본생활비, 즉 스타이펜드(stipend) 보장이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위한 가장 긴급한 사안임에도, 과학기술계 원로라는 이들은 한가하게 창의니 공감이니 예술이니 하는 풍류나 읊고 있다. 사람이 먼저라며 출범한 정부의 과학기술계 원로들에게 대학원생은 사람이 아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과총은 과학기술인 개개인을 회원으로 하는 협회가 아니라, 온갖 과학기술 관련 학회들의 연합으로 구성된 학술연합체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정치가 과학을 독점하던 박정희 시대에, 정치에 아부하던 과학기술인들이 만든 과총은 과학기술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라, 정부가 필요로 하는 정책을 대신 건의해주는 일종의 어용단체로 탄생했다. 그런 어용단체가 일부 소수 인사들과 그들의 인맥에 좌지우지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 심각한 사태는, 그나마 자생적으로 성장한 국외 과학기술인협회들이 과총의 휘하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기형적이다.

과총은 패러다임만 낡은 게 아니라, 심각하게 늙었다. 과학기술에 공헌한 원로를 배려하는 방식이, 은퇴한 그래서 빠른 과학기술의 변화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원로에게 자리 하나 내주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박정희 시대 이래로 가장 젊고 역동적이고 총명해야 할 과총의 리더십은 70살이 넘은 원로들로 채워져 왔다. 당장 현직 김명자 회장이 1944년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53년생이다. 직전 회장 이부섭은 1938년생으로 무려 76살에 회장에 취임했는데,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전 회장진 박상대, 이기준, 채영복, 그리고 최근 작고한 김시중에 이르기까지 모두 70살이 넘어 회장이 됐다. 대통령 취임 나이 평균이 64살이다.

국외엔 한인회라는 단체가 있다. 교민을 위한 단체라고 하는데, 교민들은 이 단체가 뭘 하는지 잘 모른다. 젊은 시절 한자리 했다는 인물들이 거쳐 가는 관문 같은 곳으로, 무슨 상인회장, 체육회장이었던 남성 노인이 주로 한인회장이 된다. 한인회장이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온갖 행사에 얼굴마담으로 등장해 지루한 연설을 하는 건 확실하다. 그러니 이들에게 당장 외국에 진출한 젊은 세대가 필요한 게 뭔지는 관심 사안이 아니다. 중국인회는 해당 지역 의원들을 통한 로비로, 다양한 지역 정치 활동을 하지만, 한인회는 계파로 갈려 맨날 진흙탕 싸움만 한다. 한인회는 그냥 국외 노인정이다.

재외국민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한인회 없이도 한인사회는 잘 굴러간다. 지금까지 한인회가 한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인회가 없는 게 더 낫다. 새로운 세대에 기회가 생길 테니 말이다. 과총도 마찬가지다. 이제 좀 사라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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