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02 20:56
수정 : 2005.02.02 20:56
일본의 2003년 말 외국인 통계를 보면, 한국·조선 국적자는 61만3791명으로 여전히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60년 전, 해방을 맞이하면서도 갖가지 이유로 이국땅 일본 잔류를 선택한 재일동포의 수는 1946년 당시 약 65만명으로 추정됐다. 그 동안, 일본 국적을 갖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직, 사회보장 등에서 온갖 차별과 불이익을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재일동포가 세대를 넘어서 귀화를 하지 않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해방 후 6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동포사회의 세대교체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세대별 구성비율을 보면 1세 6%, 2세 37%, 3세 48%, 4, 5세가 9%를 차지한다. 세대교체와 더불어 동포사회의 첫째 가는 문젯거리가 젊은 세대의 혼인문제다. 재일동포와 일본인과의 국제결혼은 동포의 92%에 이르고 있으며, 동포끼리의 혼인이란 8%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일본은 1985년 이래 부모양계 국적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일본인과의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애들은 자동적으로 일본과 한국·조선의 이중국적 상태가 되는데, 태반의 애들이 최종적으로 일본 국적을 취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세들이 끈질기게 지켜 온 국적이 어이없이 소멸해 가고 있는 셈이다. 동포와 민족의 정의를 새롭게 하지 않으면 장래에 증가할 한국·조선계 일본인을 동포, 민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가 불가능해질지 모른다. 민단이니 총련이니 해서 서로 우겨대는 것도 앞으로 10년, 20년 안의 일일 것이다.
오사카국제이해교육연구센터에서는 1998년부터 동포의 13%를 차지하는 65살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복지사업을 하고 있다. 동포들만이 모이는 데이서비스사업이나 방문 돌봐주기 사업 등이 그 내용이다. 우리말을 이해하는 2세, 3세가 한국요리를 제공하고, 장고의 장단에 맞춰 노래와 춤을 추도록 한다. 이 세대의 동포 고령자들은 민족차별 의식이 강한 동세대의 일본인들과는 어울릴 수가 없어, 따로 모이는 자리가 절실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복지서비스를 ‘민족적 개호’로 명명하고, 고령자 거주 지역에 보급하기 위해 작년 6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창설했다. 동포 고령자 문제의 해결, 돌봐주기 사업소 창설에 대한 지원, 운영면의 상담, 모든 관련정보의 공유화 등이 목적이다. 여기에는 민단계와 총련계, 동포 시민계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재일동포 고령자의 돌봐주기 사업에 38선은 필요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니 동포사회의 독특한 네트워크라 하겠다.
재일동포 고령자 문제 가운데 제일 중대한 것이 무연금 보상 문제일 것이다. 1982년까지 재일동포는 일본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민연금 제도에 가입할 수가 없었다. 그 후로도 일본 정부의 구제 조처가 없어 대부분의 재일동포 고령자들이 무연금 상태에 방치되고 있다. 이러한 차별정책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개선 조처를 요구하는 재판이 작년부터 오사카와 교토에서 진행되고 있다. 원고는 물론 동포 1세들이며, 많은 동포 2, 3세, 그리고 일본인들이 소송을 지원하고 나섰다.
식민지 출신자로서 이국땅에서 모진 고생을 해온 우리 1세들. 그들의 인생에 남겨진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그런 1세들이 마지막 힘을 내어 무연금자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일본사회의 민족차별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1세들이 동포사회를 대표해서 일본 정부에 대해 역사청산을 하라고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역사청산이란 일본과 남북 조국과의 관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한국내 친일세력에만 들이댈 수 있는 성질의 것만도 아닐 것이다. 재일동포에 있어서 역사청산이란 우선은 재일동포와 일본 사이의 문제인 동시에 재일동포에 대해 그렇게 무위무책이였던 역대 한국 정부와 재일동포 사이의 문제이기도 한다. 1세들의 무연금 재판투쟁이란 역대 한국정부에 대한 역사청산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하동길/오사카국제이해교육연구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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