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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2 21:08 수정 : 2005.02.02 21:08

훈련소 인분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국민들의 분노와 질책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번 사건은 결코 중대장 일 개인의 순간적인 판단착오나 실수로 치부하여 탓할 일이 아니다. 그가 다른 사람에 비해 인성 면에서 특별한 결함이 있어서 그런 가학적 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 유사한 사건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게 되어있는 잘못된 간부 양성과정에서의 훈육 그리고 왜곡 형성되어있는 군대문화에서 그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느 나라 군대고 신병 교육 과정은 각별히 군기가 엄정하고 훈련의 강도 또한 높다. 생명을 던져 적과 싸워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전투기량과 기질을 육성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기초군사훈련 과정을 일명 ‘짐승 길 들이기 훈련’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훈련 방법이 그 만큼 매섭고 거세며 반복적이라는 뜻일 뿐, 훈련병들을 짐승 취급하듯이 그 인격과 인권을 유린해도 상관없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다. 함에도 아직도 혹자는 “강인한 훈련과 인권은 양립될 수 없다”며 군 존립의 궁극적 목적을 수단에 종속시키는 주장을 늘어놓는다 .

우리 젊은이들이 과연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2년여를 군대에서 그토록 고된 생활을 해야만 하는가 라는 군 존립의 목적 자체에 대해 회의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간부들의 잘못된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진면목을 접하게 되어 우리 국민들은 그토록 분개 통탄한 것이다. 결코 자식을 군에 보낸 어머니의 걱정되는 잔정의 마음 때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당국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군대가 과거에 비해 의·식·주·무기성능 면에서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는 군대가 발전했다고는 말할 수는 있어도 개혁되었다고 할 수 없다. 개혁이란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의식과 문화의 혁명적 변화이다. “군대란?”“군기란?”“상관이란?”“부하란?”“내무생활이란?”“진급이란?” 등의 기본개념 및 의미의 근본적 변혁이다. 민주화된 지 십 수년이 지났건만 그동안 군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일을 해왔으면 옛날 그대로 이런 꼬락서니가 되었느냐, 하는 배신감 때문에 국민들은 그토록 격노했고 지금도 허탈해한다.

여러 차례 지적해온 바이지만, 우리 군대 내에 사병인권 멸시 상위간부 위주의 권위주의 문화가 고질화 된 것은 친일 세력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이다. 오직 “천황을 위하여!”로만 뼛속 깊이 각인된 그들인지라 옷만 국군 복으로 갈아입었지 그 정신은 민족 멸시의 식민사관에 찌들어 있는 그대로였다.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는 건성이었고 무명지 깨물어 충성을 맹세하던 천황의 그 자리를 자신들이 직접 차지해버리고 상관을 위해 군대가 존재한 양, 군대를 위해 국민이 있는 것으로 철두철미 세뇌시켜 지금 같은 파행적 군대문화를 육성 정착시켜왔다.

그들과 그 추종 세력들은 5·16 군사 쿠데타, 12·12 군사반란을 통한 광주학살을 감행하여 국군 통수권 자리를 강탈해버렸다.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대통령을 위하여!”를 국군 존립의 사실상 목적인 것처럼 세뇌시켜왔다.

대한민국 국군은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군대’다. 병사들이야말로 국민 속에서 왔고 국민 속으로 돌아가는 국민이다. 간부들이 그들을 귀히 여기는 진실한 애정의 마음가짐으로 대한다면 어떤 힘든 일도 잘 견뎌내고 군기가 바로 선 강한 군대가 된다. 제대 후에도 그 때의 상관과 부대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신바람 나는 유쾌한 군대를 만드는 것이 군 개혁의 지향이다. 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직업 간부들이 이런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행위할 수밖에 없도록 관련 제도를 개혁하면 된다.

이번 인분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 군 보고체계 상의 문제점을 들먹였다. 물론 문제이긴 하지만 그건 군의 정보수집 및 보고 시스템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사병의 인격모독 인권 침해의 가혹 행위 따위는 윗사람의 관심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보고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게 되어있는 풍토가 문제인 것이다. 다시 한번 군 개혁을 촉구한다.

표명렬/예비역 육군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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