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강원팀 기자 “사람이 먼저지요. 그런데 그 사람이 줄어요. 답답합니다.” 인구 절벽 시대를 사는 지방자치단체의 하소연이다. 인구 감소는 생산·소비·세수 위축을 동반한다. 지자체는 출생·전입은 줄고, 수도권 등으로의 전출과 사망 등 인구 유출이 늘면서 성장은커녕 지속 동력마저 잃어가고 있다. 요즘 시골 병원에 산부인과는 없어도 장례식장은 필수다. 실제 아이 울음소리 듣기가 어렵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전국에서 14만5300명이 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9300명, 2016년 18만1900명에 견줘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추세라면 역대 최저를 기록한 지난해 합계출산율(1.05)을 밑돌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전국 자치단체 89곳(39%)을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소멸 위험의 근거는 저출산과 고령화다. 자치단체들은 여전히 출산하면 지원하는 조건부 인구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국 지자체 소멸 위험 1위에 오른 경북 의성을 보자. 의성은 첫째 자녀를 출산하면 100만원, 돌 때 50만원을 주고 2년 동안 다달이 10만원씩 390만원을 지원한다. 둘째 자녀는 510만원, 셋째는 1550만원, 넷째는 1850만원까지 지원한다. 전남 완도는 셋째 자녀 1300만원, 넷째 1500만원, 다섯째는 2000만원까지 주고, 인천 연수는 다섯째 자녀를 낳으면 3000만원을 준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출산 지원을 하지만 출산율은 하향곡선이다. 차우규(한국교원대 교수) 한국인구교육학회 회장은 “초저출산율에 신음하던 프랑스 등 유럽에서 출산율이 반등한 것은 정부·지자체 등이 아이 낳을 분위기를 만들고, 시민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출산 지원금이 결코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세종시, 혁신도시 등을 통한 인구 분산 정책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종시는 2012년 7월 10만751명으로 시작해 출범 5년10개월 만인 지난 5월 30만명을 넘어섰다. 겉으론 인구가 폭발했지만 속내를 보면, 대전에서 7만여명, 청주 등 충북에서 2만2000여명이 유입됐다. 주로 젊은이들이다. 애초 수도권 인구 분산 기대와 달리 실제 늘어난 인구의 절반은 이웃에서 흡수했다. 전국 10곳에 조성된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직원 4만여명 등 18만여명이 새도시를 형성했다. 애초 계획의 70%에 못 미친다. 특히 충북 혁신도시는 이전 기관 직원의 절반 이상이 이주하지 않았다. 혁신도시 새 아파트에는 이전 공공기관 직원·가족보다 주변 농가에서 이사한 원주민이 많다. 추가 분권·분산·이전 요구가 쏟아진다. 결국 일자리·교육·주거가 답이다. 제주 인구는 2007년 56만3388명에서 지난해 말 67만8772명으로 10년 사이 20.4% 늘었다. 지난 6월 말 68만6849명으로 그사이 8077명이 또 불었다. 여유로운 삶을 좇는 ‘제주 러시’ 현상도 있지만 영어교육도시 안착, 혁신도시, 정주 여건 등이 인구 증가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대구국가산업단지 등 산업단지 5곳, 농공단지 2곳 등을 토대로 새도시 대구테크노폴리스가 만들어진 대구 달성은 지난해 인구 증가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역시 일자리·주거·교육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대도시마저 인구 위기를 맞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출산 지원 등 당근으로 이웃의 인구를 유인하는 정책은 별 의미가 없다. 기껏 인구 위치이동에 불과하다. 일하면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출산하면 지원할 게 아니라 출산할 여건을 만드는 게 먼저다.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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