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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예보 오류의 근원 / 이근영

등록 2018-09-04 17:08수정 2018-09-04 19:19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과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 관계자들이 올해 말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인 천리안 위성 2A호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과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 관계자들이 올해 말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인 천리안 위성 2A호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독일 농부들 사이에는 “‘잠자는 일곱 형제의 날’(6월27일)에 비가 오면 흐린 날씨가 7주 동안 계속된다”는 속담이 전해진다. 터무니없는 속담의 예보 적중률은 65%에 이른다. 현대 기상과학으로 2일 예보를 맞힐 확률이 80%대인 걸 고려하면 몇 주 뒤의 날씨를 60%대로 예측해낸 집단 지혜는 놀랍다.

일기예보는 1861년 영국 기상청이 처음 시작한 이래 괄목할 발전을 이뤘다. 미국 국립환경예보센터(NECP) 분석을 보면 2017년의 5일 예보 적중률은 1987년 2일 예보 적중률과 맞먹는다. 10년마다 하루씩 당겨지는 셈이다. 하지만 ‘나비 효과’로 유명한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61년 내놓은 ‘카오스 이론’은 예보 적중률이 무한히 향상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오늘의 날씨를 꼭 빼닮은 과거의 어느 날을 골라 시간이 지나면서 기상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통계적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면 하룻밤만 지나도 매우 급속히 달라지고 10일 정도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올해 말 기상 전용 천리안 위성 2A호가 발사되고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이 실전에 투입되는 데 이어 2020년 기상청 슈퍼컴퓨터 5호기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열흘 뒤 날씨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예보에서 관측 역량과 수치모델 수준, 예보관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슷하게 평가된다. 관측기술과 수치모델 성능이 개선되는 만큼 예보관 역량을 향상시키면 예보 적중률도 함께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대기과학을 개설하고 있는 국내 7개 대학의 교수진에 예보관을 양성해낼 종관기상학(일기도를 중심으로 기상을 연구하는 학문) 전공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은 이런 기대를 무망하게 한다. 원인은 종관기상학과 같은 ‘3D 학문’에 대해서도 똑같이 논문 성과 위주로 평가하는 정부의 과학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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