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력원 부원장·민화협 정책위원장 헌법 60조 1항은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거나 재정적 부담을 유발할 수 있는 조약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비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제1 야당은 판문점선언에 구체적 비핵화 계획이 없고, 남북경협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판문점선언 비준에 대한 동의를 거부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은 왜 합의됐나?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은 북-미 수교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에 비유했지만, 4·27 판문점선언엔 ‘완전한 비핵화’가 명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를 맞바꾸기로 한 6·12 북-미 공동선언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4·27 판문점선언은 6·12 북-미 공동선언의 출발점이었고 북한 비핵화의 마중물이었다. 6·12 북-미 정상회담 후 순항하던 북-미 협상이 8월부터 잠시 중단됐지만,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과 9·24 뉴욕 한-미 정상회담으로 그 불씨가 되살아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 공동선언을 환영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언했다. 그 연장선에서 10월7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이뤄졌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12 북-미 합의를 진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빨리 열기로 했다. 앞으로 최선희-비건 실무회담에서 비핵화와 종전선언+알파 문제와 관련해 협의가 진행될 것이다. 강경화 장관이 미국에 제안했다는 중재안, 북한의 핵 리스트 제출 대신 ‘북 핵시설 폐쇄와 국제적 검증’ 제안이 향후 북-미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강경화 중재안’을 시작으로 북-미 간 매듭이 풀리기 시작하면 그리 멀지 않은 시간 내에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도 타결될 것이다. 한편 제1 야당은 남북 공동선언의 비준동의를 거부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남북협력 예산 규모가 천문학적이라는 데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2018년 국가예산 중 남북협력기금은 4712억원이고 그중 2951억원이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사용될 거라고 통일부는 밝혔다. 남북협력기금 4712억원은 매년 미국산 무기 구매비용으로 들어가는 10조원의 21분의 1 정도이고,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비용 2951억원은 무기 구입비의 34분의 1 정도다. 이 정도 액수를 천문학적이라고 하면 미국산 무기 구입비 10조원 앞에는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야 하나? 판문점선언에 따라 쓰일 남북협력기금은 해마다 국회에서 심의를 거쳐 책정될 것이다. 따라서 판문점선언 비준을 동의해주면 북한에 무한정 돈이 들어가는 걸 허용하는 것이란 주장도 억지에 불과하다. 미국산 무기 구입비의 34분의 1 정도 돈으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해나가고, 그 과정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이 심화되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현저하게 완화될 것이다. 그래서 ‘경제가 평화’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전후좌우 사정이 이렇다면, 이제 제1 야당도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에 동참함으로써 북한 비핵화 과정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제1 야당이 제일 중시하는 미국을 도와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는 일이다. 그러지 않고 비핵화 계획 부실과 재정 부담을 이유로 계속 비준동의를 거부한다면, 제1 야당은 결국 비핵화를 막고 그 때문에 한반도에 평화가 오지 못하게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의 분수령이 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추동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정기국회 회기 중, 늦지 않게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에 대한 비준동의가 마무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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