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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유치원

등록 2018-10-17 17:53수정 2018-10-18 09:23

전우용
역사학자

요즘 유아교육 분야에서는 보통 갓 태어난 아기를 신생아, 생후 10일에서 만 두 돌까지를 영아(?兒), 만 5살까지를 유아(幼兒)로 구분한다. 영아는 젖먹이라는 뜻이고, 유아는 아직 아이가 되지 못한 아기라는 뜻에 가깝다.

옛날에는 아기가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 필자 또래 지인 중에도 실제 출생연도와 주민등록상 출생연도가 1년 이상 차이 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는 아기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회의의 표현이었다. 아이가 될지 못 될지 모르는 아기는 양육 대상일 뿐 교육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니 ‘유아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현대의 산물이다.

조선시대에는 처음 교육받는 아이를 동몽(童蒙)이라고 했다. 동몽수지(童蒙須知), 격몽요결(擊蒙要訣), 동몽선습(童蒙先習) 등은 천자문을 뗀 아이들이 처음 배우는 책이었다. 몽(蒙)은 늘어진 풀이라는 뜻으로, 교육은 아기를 감싸고 있던 풀을 베어내는 일이었다. 어미 새에게 이끌려 갓 둥지 밖으로 나온 새끼 새가 사람으로 치면 동몽일 터이다.

19세기 중엽, 독일의 프뢰벨은 아기가 아이로 변해가는 과도기에 양육과 교육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840년 그는 이를 위한 시설을 설립하고 ‘아이들 공원’이라는 뜻의 킨더가르텐(Kindergarte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이름은 영어권 나라들에서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쓰는 고유명사가 되었으나 일본인들은 한자어 유치원(幼稚園)으로 바꿨다.

1897년 3월, 부산 개항장에 사립 부산유치원이 설립되었다. 1908년 대한제국 학부는 고등여학교 부설 유치원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으나 실행하지 못했다. 1909년에는 함경북도 나남에 한국인 자녀를 위한 유치원이 처음 설립되었고, 1913년에는 서울 재동에도 경성유치원이 개원했다. 이듬해에는 미국인 선교사 브라운리가 정동에 이화유치원을 설립했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 제목대로, 유치원은 현대의 아이들이 삶의 기본을 배우는 곳이다. 그런 곳을 부패한 정신으로 오염시키는 짓은, 미래에 대한 대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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