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구축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핵심 장치인 토카막 건설 현장. 이터 제공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건설되고 있다. 라틴어로 ‘길’을 뜻하는 ‘이터’에 과학자들은 ‘인류의 미래에너지 개발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기의(시니피에)를 덧댔다. 이터는 태양을 본떠 반영구적으로 에너지를 뽑아 쓰려는 커다란 가마(노)다. 태양은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스마로 이뤄진 천체다. 양성자로 플러스 상태인 핵과 핵이 서로의 반발력을 이기고 충분히 가까워지면 양자역학의 강력이 작용하면서 핵융합이 일어난다. 이때 질량 결손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나온다. 아인슈타인의 공식(E=mc²)에 따라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어서다. 5g인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에너지로 만들면 2500만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된다.
하지만 태양의 중심 온도는 1500만도인 데 비해 이터는 한가운데가 1억도를 넘어야 한다. 지구의 중력은 태양에 비해 극히 작아 많은 플라스마를 가둘 수 없어 플라스마끼리 부닥칠 확률이 매우 낮다. 대신 플라스마 온도를 높여 빠르게 움직이게 하고 오래 가둬두면 부닥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1968년 소련은 핵융합 시설에서 플라스마 온도를 1000만도까지 올렸다고 발표했다. 유럽은 의구심을 제기하며 직접 검증하고 싶어했고 냉전 상황에서도 소련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소련의 측정에는 잘못이 있었다. 하지만 오류는 측정한 값이 너무 낮았다는 것이다. 이 장치가 현재 ‘이터’가 채택하고 있는 ‘토카막’이라는 도넛 모양의 핵융합 가마다. 토카막(TOKAMAK)은 러시아어로 전류와 자기라는 말의 합성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8일 발표한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 전력의 70~85%가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충당돼야 한다고 했다. ‘빠르고 명백한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때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이터 현장을 찾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마크롱의 일정 변경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한다. 플랜 비(B)인 문 대통령 단독 방문은 자국 대통령도 아직 돌아보지 않은 곳을 다른 나라 대통령이 먼저 가는 ‘무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철회됐다. 대통령의 뜻이 이터 방문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의 변화’와 닿아 있었으리라 믿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