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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미국 선거가 아니라 한강 하구다 / 서재정

등록 2018-11-07 18:07수정 2018-11-08 09:37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우리는 이제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한눈팔 때가 아니다. 민주당이 미 하원의 다수석을 차지하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지켜냈다고 설왕설래할 일이 아니다. 공화당이 ‘트럼프당’이 됐으니 트럼프의 재선 출마는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주판알을 튕길 일이 아니다. 우리의 눈은 더 크게 더 멀리 보아야 한다. 한강 하구를 봐야 한다.

며칠 전 한강 하구에서 남북이 만났다. 유엔군사령부의 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걱정할 이유도 없었다. 남과 북이 무기를 내려놓고 따뜻한 손만으로 만나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 만남은 70년 분단을 뒤집어 새로운 천년을 여는 천지개벽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다.

정전협정으로 그어진 군사분계선이 남북을 갈라놓았다고들 했지만 한반도는 갈라져 있지 않았다. 정전협정조차도 한강 하구는 갈라놓을 수 없었다. 강이 땅과 땅을 나눈다고들 하지만 한강은 남과 북을 이어주고 있었다. 적개감이나 공포심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강을 건너지 못하게 했을 뿐이다. 분단은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에 그어놓은 금이었음을 한강은 말하고 있지 않은가.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그 금을 지우면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고.

분단되지 않은 한반도를 다시 찾는 한강의 만남은 아스라이 잊힌 아시아 역사를 되찾는 걸음이기도 하다. 19세기 초까지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었다. 실크로드와 해상로가 사통오달로 연결되어 소통하고 교류하는 지역이었다. 아시아가 경제적으로 서구에 뒤진 것은 19세기와 20세기, 아시아가 분단되고 충돌했던 시절이었다. 아시아의 분단에 냉전이 덧씌워지고 한국전쟁이 얽히면서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변방 섬으로 남아 있었다. 이제 한강 하구를 되찾고 남북을 잇게 되면 한반도는 비로소 다시 반도가 된다.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 중국은 랴오닝 일대일로 종합실험구 건설 총체방안을 발표했다. 랴오닝성 단둥을 통해 일대일로를 한반도로 연결하고, 철도와 해상통로로 블라디보스토크와 단둥을 연결해 동북아경제회랑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랴오닝성을 허브로 해서 중국, 한국, 북, 일본, 러시아, 몽골 간의 경제교류를 전면화한다는 것이다. 일본도 최근 일대일로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남북을 다시 잇는다면 아시아를 다시 연결하는 것이고 유라시아를 건설하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비전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도 원했고 박근혜 정부도 ‘대박’을 꿈꾸었던 길이다. 단지 그들은 잘못된 방법을 택했을 뿐이다. 북을 적대시하고 힘으로 압박해서 굴복시켜 ‘북진’하려 했던 것이다. 그 ‘북진’은 ‘북핵’이 되어 돌아왔다. 북의 ‘남진’이 한국의 군사화를 가져온 것과 유사하다. 남과 북의 과거는 미래를 위한 반면교사다. 유일하게 남은 길은 남진도 북진도 아닌 평화협력이다.

물론 중국의 주도권에만 맡기면 동북아경제권이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전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북아경제회랑을 태평양으로 확장하고 아메리카대륙과 연결하는 것은 한반도의 몫이다. 이 길은 미국을 평화롭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이 길목을 차지한 한반도의 선택이 21세기 세상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미국과 척을 져서도 안 되고 중국을 무시해서도 안 되는 길이다. 미국의 눈치를 볼 일도 아니고 중국에 굴종해서도 안 될 것이다. 담대하게 새로운 천년을 열어 갈 일이다. 그 첫걸음은 끊어진 남북의 혈맥을 잇는 것이다. 한강 하구에서 새 세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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