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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한반도기

등록 2018-12-12 18:30수정 2018-12-13 13:09

전우용
역사학자

영단어 네이션(nation)은 한자문화권에서 민족, 국가, 국민으로 번역된다
. 한국인을 비롯한 한자문화권 사람들에게 민족, 국가, 국민은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영어문화권 사람들은 이 셋을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 글로벌 시대인 지금도 한국인 다수는 안중근, 김구, 윤봉길 등을 ‘민족주의자’라는 이유로 존경한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내셔널리스트’라는 단어에서 흔히 히틀러를 연상한다. 오늘날에는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도 국가주의가 전체주의나 독재체제, 국수주의와 비슷한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나 영어로는 다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면 갑자기 당황한다.

민족(民族)이라는 단어는 1837년 중국에 온 유럽 선교사가 편찬한 <동서양고매월통계전>(東西洋考每月統計傳)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00년 <황성신문>에 처음 민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한·중·일 삼국인을 묶어 ‘동방민족’이라 하고 유럽인과 미국인을 통칭해서 ‘백인민족’이라 하는 등 지금의 민족 개념과는 달랐다. 오늘날과 같은 민족 개념이 형성되어 널리 퍼진 것은 나라가 망해가던 1905년 이후였다. 당대인들의 의식을 지배했던 사회진화론에는 일단 소멸한 나라를 되살릴 길이 없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을 꿈을 꾸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국민과 민족을 구분해야 했다. 그래서 네이션은 국민과 민족으로 분열되었다. “북풍한설 찬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 있으니 화창스런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라는 노랫말(김형준 지음)은 국민과 민족을 분리함으로써 나올 수 있었다.

해방 뒤에도 민족과 국가의 불일치는 해소되지 않았다. 한민족은 하나의 나라를 세우지 못하고 남북으로 나뉘어 각각 서로 다른 국가 체제와 상징물을 만들었다. 1989년 12월22일,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베이징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을 위한 체육회담에서 공동의 상징물로 한반도기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한반도기는 국기와는 별도의 민족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요즘엔 이 깃발을 혐오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남북이 통일되어 국가와 민족의 구분이 필요없게 될 때까지는 민족 상징물 구실을 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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