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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각종 언론과 단체 등에서 올해의 인물을 앞다투어 뽑기 시작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곳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다. 엊그제 이 잡지는 올해의 인물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부부와 아일랜드 록그룹 유투의 리더 보노를 선정했다.
〈타임〉이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기 시작한 것은 1927년부터다. 첫 수상의 영예는 그해 대서양 횡단 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에게 돌아갔다. 올해의 인물이 꼭 사람이 아닐 때도 있었다. 1981년에는 컴퓨터가 ‘올해의 기계’로, 1988년에는 ‘위기의 지구’가 ‘올해의 행성’으로 올해의 인물을 대신했다.
미국 독자들 처지에서 보면 매우 못마땅한 인물이 선정된 적도 있다. 1938년의 아돌프 히틀러, 2001년의 오사마 빈라덴이 대표적 보기다. 빈라덴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을 때는 독자들의 구독 중단 사태까지 빚어졌다. 짐 켈리 〈타임〉 편집국장은 올해의 인물 선정 기준에 대해 “한햇동안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며 “꼭 존경스럽지 않은 사람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우리나라 언론과 단체 등에서 뽑을 올해의 인물에 황우석 박사가 들어갈 수 있을까. 켈리 국장이 말한 ‘좋든 나쁘든 가장 큰 영향력’이라는 잣대에서 보면 꼭 선정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의 의미를 오랫동안 기억하자는 뜻에서도 그렇다. 지난해 〈타임〉은 올해의 인물과 별도로 ‘올해의 블로그’ 상을 제정해 미국 〈시비에스방송〉의 조지 부시 대통령 병역비리 의혹 보도가 오보임을 밝혀낸 ‘파워라인’에 상을 주었다. 우리도 비슷한 상을 만든다면, 황 교수의 논문 조작 의혹을 냉철하고 끈질기게 제기함으로써 한국 과학계의 자정능력을 보여준 젊은 과학자들의 공동연구 인터넷사이트 ‘브릭’에 주어야 하지 않을까.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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