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피아는 대한항공의 약자 칼(KAL)과 마피아의 합성어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중 하나다. 관피아는 칼피아 외에도 모피아(기획재정부), 교피아(교육부), 해피아(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여럿이 있다.
칼피아는 다른 관피아들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보통 관피아는 공직자가 퇴직을 한 뒤 산하 공기업이나 유관 기업·단체에 재취업을 하고 그 대신 로비 창구나 방패막이 노릇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칼피아는 역으로 대한항공 출신들이 국토교통부에 들어가 유착 관계를 형성해왔다. 끈끈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끼리끼리 뭉쳐 이권을 챙긴다는 점에서 본질은 다른 관피아들과 똑같다.
칼피아는 뿌리가 깊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이 1969년 국영기업인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면서 유착 관계가 시작됐다. 은밀하게 활동하던 칼피아의 실상은 2014년 ‘땅콩 회항’ 사태를 계기로 세상에 공개됐다. 당시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16명 중 14명이 대한항공 출신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국토부 공무원들이 국외 출장 때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사들로부터 1명당 200만원 상당의 좌석 승급(업그레이드)을 받은 사실이 폭로됐다. 가족까지 특혜를 받은 공무원도 있었다.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국토부는 ‘공무 국외여행 지침’을 개정해 좌석 승급 등을 엄격히 금지했다.
하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마따나 칼피아의 ‘특혜 불감증’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국토부가 지난 30일 공개한 ‘2018년도 하반기 공직 감찰 결과’를 보면, 지방항공청 소속 공무원 등 22명이 2015~2018년 국외 출장 때 이코노미 좌석을 비즈니스로 승급을 받거나 항공사의 공항 라운지를 공짜로 이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이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문책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토부가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김현미 장관 지시에 따라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직 기강 확립 활동과 청렴 교육을 강화하고 확인된 비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관련 기사 : 국토부 공무원, 좌석 승급·라운지 무료 이용 등 적발▶ 관련 기사 : ‘땅콩 회항’ 3년여 만에…국토부 등 떠밀려 ‘뒷북 징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