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책팀 기자 “학교 교육과정이 시대에 뒤떨어져요. 도대체 요즘 시대에 바느질은 왜 배우죠? 아이들이 학교에서 바느질 배운다고 실제 하겠어요? 다 수선집에 맡기지. 써먹지도 못할 걸 학교에서 왜 가르치는지.” 점심 식사 자리에서 한 기자가 하소연하듯 말했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남자) 기자는 바느질 때문에 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마뜩지 않았나보다. 순간 마음이 불편해졌다. ‘학교에서 바느질을 배우면 왜 안 되지? 단추가 떨어지거나 옷이 찢어지면 바느질도 해야 하는데. 수선집에 맡기더라도 바느질 노동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야 제값을 지불하는 사람이 되는 것 아닐까?’ 다른 언론사 기자이기도 해서 그냥 넘어가려다 내 생각을 밝혔다. “저는 바느질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녀 모두 기본적인 바느질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느질 말고도 기본적인 요리법 등 가사노동과 돌봄의 가치까지 학교에서 더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런 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진다면, 수십년 동안 보아온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이 남편의 몇배라는 기사는 안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무려 12년. 인생 초반의 상당한 시간을 우리는 학교에서 보낸다. 그 학교에서 지식은 물론 기본적인 생활태도를 배우고, 다양한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며 학교 밖 세상을 미리 경험한다.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나’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배운다. 그런데 우리는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에 매몰된 나머지, 학교를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팬티 바르게 개는 법>이라는 책이 있다. 미나미노 다다하루라는 일본 고등학교의 기술가정 과목 담당 선생님이 썼다. 이 선생님은 영어 교사로 13년간 근무하면서, 일본 학생들의 무기력하고 산만한 수업태도, 의욕 저하로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이 교사는 고등학생들의 무기력함이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탓이라고 보고, 일본 최초의 남자 기술가정과 교사로 변신해 ‘4대 자립’을 강조하는 교육을 실천했다. 그가 말하는 4대 자립이란, 팬티 개는 법이나 먹거리 준비 등과 같은 ‘생활적 자립’, 가족의 범위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정신적 자립’, 노동의 의미와 돈의 사용법 그리고 노후까지 상상하는 ‘경제적 자립’, 가정 폭력 혹은 데이트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동등한 연애관계 등 ‘성적 자립’이다. 책을 읽다 “맞아, 맞아” 하며 무릎을 탁 쳤다. 어른이 되어 한 가정을 꾸려 생활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진정한 행복감이나 자신감, 성평등한 가족 문화에 4대 자립 요소가 얼마나 필요한지. 지난해 11월부터 교육부 출입 기자를 하면서 자주 접하는 용어가 ‘미래 교육’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 학령 인구 감소 등 사회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에 맞게 학교도 교육과정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미래는 장밋빛만은 아니다. 현재 직업의 절반가량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고, 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창의성이나 자기주도성, 협업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러한 역량들은 국·영·수 교과 지식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이런 능력도 앞에서 말한 자립 능력 토대 위에서 발휘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미래 교육 담론이 지나치게 코딩 및 소프트웨어 교육 등 과학기술 관련 위주로 흘러가거나 창의성과 같은 관념적인 용어에 그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진정한 미래 교육이라면, 기술 발달 등으로 벌어질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현재의 의제인 환경 문제나 젠더 갈등 등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역량을 키우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팬티를 바르게 개어 넣고 구멍난 양말을 꿰매는 법을 아는 이들이 미래를 이끈다니,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는가?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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