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집합지능

등록 2005-12-21 18:29수정 2005-12-21 18:29

유레카
살아 있는 소를 앞에 두고 도살 이후 손질된 상태의 고기 무게를 알아맞히는 대회가 있었다. 참가한 800명의 직업과 지식 수준이 천차만별인 만큼 예상치도 제각각이었다. 이들의 답을 모아 평균을 내니 1197파운드(약 452㎏)가 나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제 무게는 1198파운드였다. 영국 과학자 프랜시스 골턴이 1907년 가축 품평회장에서 본 일이다.

지난달 하순 대학 수학능력 시험을 치른 뒤 과목별 등급 구분 점수를 놓고 추정치가 난무했다. 수시전형 조건부 합격자의 경우 일정한 등급을 넘지 못하면 탈락하니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모든 사교육 업체가 나름의 표본을 바탕으로 예상점수를 제시했다. 대개 서로 3~4점, 많게는 7~8점까지 차이가 났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원성이 자자했다. 여기서도 지난주 공식 발표된 수치는 모든 예상점수를 평균한 것과 거의 같았다.

미국의 경영 칼럼니스트로 〈대중의 지혜〉라는 책을 쓴 제임스 서로워키는 이를 ‘집합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으로 설명한다. 구성원 대부분이 특별히 뛰어나거나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불완전한 판단들을 적절하게 합치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단, 집합지능은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만 잘 작동한다. 우선 집단 의사 결정의 부정적 측면을 제거할 수 있는 여러 관점이 있어야 한다.(다양성) 또 개개인이 다른 사람의 실수에 영향받지 않고 새 정보를 활용해 의견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독립성) 거기다 갖가지 정보를 수렴할 수 있는 적절한 질서(통합)까지 갖추면 집합지능은 완성된다.

황우석 교수 논문의 의혹을 밝혀내는 데 큰 몫을 한 젊은 과학자들은 집합지능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들은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고, 서로 독립적이며, 의견을 모을 줄 안다. 이런 과학자들이 이번 사태의 상처를 넘어서 한국 과학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리라고 믿는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