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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4 18:27 수정 : 2005.02.04 18:27

이제 한국은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갈 길을 가야 한다. 아직도 미국 언론의 보도에 일희일비하고, 미국 대통령이 무슨 발언을 할지 숨죽여 지켜봐야 하는가.

지난 주에는 라이스 국무장관이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진기지’라고 부른 것이 난리가 됐다. 그 전에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정권교체냐 정권변형이냐를 두고 구구한 분석이 있었다. 미국 관리의 발언은 수많은 전문가들의 분석 대상이 되어 자구 하나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고, 언론은 이를 침소봉대하여 큰 변화가 있다는 둥 이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정책이라는 둥 호들갑을 떤다.

이번 주에만도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서 북한이 6불화 우라늄을 리비아에 수출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또 난리가 났다. 물론 이런 사안에 대해 독자적 취재를 해서 사실관계 보도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언론에서는 북한이 6불화 우라늄을 수출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는 사실관계보다는 미국 언론에서 그러한 ‘뉴스’를 보도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뉴스가 된다. ‘뉴스’가 뉴스가 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물론 미국 정부의 언론 플레이가 ‘뉴스’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언론 플레이의 배후에는 여러 정치세력간의 힘겨루기가 있기 마련이다. 북이 6불화 우라늄을 수출했다는 ‘뉴스’는 이러한 힘겨루기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뉴스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중요한 뉴스가 되기 위해서는 역시 사실관계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 이러한 정보를 언론에 흘린 장본인은 누구인지, 그가 행정부 인사라면 어떤 파벌에 속해 있는지, 이러한 정보를 이 시점에 흘린 전후 사정은 무엇인지 등은 취재하여 보도해야 할 사실들이 있다. 그러나 과문 때문인지는 몰라도 북이 우라늄을 수출했다는 미국의 ‘뉴스’를 둔 구구한 억측과 분석은 횡행해도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추적한 보도는 보지 못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두드러진 양상이 있다.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 실천을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당위론이다. 어떻게 무엇을 해야 평화적으로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원칙을 세우고 정책이 따라야 주도적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 북핵문제의 한 축인 동북아 긴장상태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이제 한국은 기본적 안보관 자체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은 어떠한 국가와도 적대적 관계를 만들어서는 안 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안보정책의 기반이 되는 개념인 ‘제로섬’적 안보관에서는 상대국의 안보증대가 자국의 안보감소이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증대를 위해서는 상대국의 안보감소가 불가피한 결과라고 인식된다. 북한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 결과 북한이 느끼는 안보위협이 증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미래의 전략적 불확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하는 것이 중국의 안보위기감을 초래해도 이는 불가피한 파생효과라는 것이다.

이러한 안보관을 ‘상생적 안보관’으로 전환하자. ‘상생적 안보관’은 상대방의 안보증대가 나의 안보증대라는 인식이 그 중심축을 이룬다. 북이 느끼는 안보위기감을 해소해줌으로써 북이 ‘핵문제’를 해소하도록 유도한다. ‘상생적 안보관’은 ‘제로섬적 안보관’이 초래하는 안보딜레마, 또 안보딜레마가 초래하는 군비경쟁 대신 역내 국가 간의 안보불안감 감소로 역내 다자간 평화체제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역내 경제교류를 활성화시켜 ‘동북아 평화공존권’ 형성을 촉진할 수도 있다.


미국의 입만 바라보며 대응만 할 것이 아니라, 한국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상생의 길로 가라.

서재정/코넬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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