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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4 18:31 수정 : 2005.02.04 18:31

3일로 단식 100일째를 맞은 지율 스님이 정부가 제의한 ‘환경영향 공동조사 3개월 실시’ 중재안을 받아들여 단식을 중단했다. 그의 단식은 단지 천성산 도롱뇽만을 살리기 위한 투쟁이 아니었다. 개발을 위한 경쟁적 생태계 파괴로 공멸의 위기에 처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살리기 위해 ‘현대 자살문명’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인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환경지수가 세계 146개 국 중 122위에 머물러 그동안 경제개발이란 이름으로 삼천리 금수강산 곳곳이 파헤쳐지면서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5년 동안 지구온도가 9번이나 차례차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해의 1위부터 9위까지가 모조리 1990년 이후에 발생해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발표된 전 세계 명망있는 정치인과 학계 및 업계 지도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이 작성한 ‘기후변동에 대한 대응’이란 보고서는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79으로 매년 2씩 상승해 앞으로 10년 안에 400이 되면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1750년 영국에서의 산업혁명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지구 평균온도가 0.8℃ 상승했는데 2도 이상이 되면 정상 회복이 불가능해 이를 중지시키기 위한 전 지구적인 특단의 대책이 단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구온난화가 오히려 갑자기 빙하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학설이 제기돼 사람들의 관심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5월에 개봉되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투모로우’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북대서양의 해류가 멈추면서 몇 주만에 지구에 빙하기가 급습하는 대재앙이 찾아온다. 정말 이러한 비극적 상황이 가능할 것인가?

해마다 층층이 쌓이는 눈으로 만들어지는 극지방의 빙하는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나이를 갖는다. 빙하를 시추해 얻은 얼음시료에 갇힌 공기를 분석해보면 수십만 년 전의 탄산가스 등 대기의 조성을 알 수 있다. 빙하분석 결과 8000년 전과 1만3000년 전에도 지금처럼 온난화로 지구온도가 올라가다가 갑자기 빙하기로 기후가 바뀌어 유럽전역이 얼음으로 뒤덮이는 사태가 발생했었음을 알아냈다.

오래 전부터 핵 과학자들은 해저 핵실험 뒤 생긴 방사능 물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다가 염도가 높은 북대서양 난류가 북극의 빙하에 부딪혀 차가워지면서 밀도가 높아져 하강하는 힘으로 대양 심해류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요즘 이 해류의 하강 속도와 깊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지면서 밀도가 떨어지고 있어 북대서양 난류가 멈출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이다.

또한 적도의 열을 지구 북반구에 골고루 나누어주는 이 해류가 완전히 소멸되면 갑자기 10년 내에 지구에 빙하기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빙하기가 되면 지금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5℃ 정도 떨어지면서 북위 40도 이상의 북반구가 1000m도 넘는 두께의 얼음으로 뒤덮이게 된다. 이 때문에 모든 생태계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식량의 절대 부족으로 인류문명은 절멸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첨단 기술로 얻은 경제력으로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의 개발경쟁은 결과적으로 대규모 자원 낭비와 오염물질 배출로 생태계의 공멸을 초래할 환경파괴전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마치 경쟁적인 도박과 화려한 파티로 밤을 새우는, 빙산과 충돌 직전의 타이타닉호에 탄 상류층 사람들과도 같다. 현대 인류문명은 ‘자살문명’인 셈이다.

지율 스님의 목숨을 건 투쟁은 그 수명이 채 10년도 남지 않은지도 모를 개발에 목숨을 건 현대자살문명에 대한 경고였다. 미국인들처럼 지구인 평균의 10배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산업사회의 확산은 곧 인류문명자살의 지름길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환경영향평가를 성실히 수행해 ‘묻지마개발론’을 중지시켜 우리나라 환경사에 큰 획을 긋기를 바란다.

이기영/호서대 자연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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