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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한빛원전 문제의 본질 / 이정윤

등록 2019-08-15 17:30수정 2019-08-16 13:20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한빛원전 3·4호기는 기술 국산화를 위해 미국 에이비비-시이(ABB-CE)사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설계되고 건설된 1000㎿ 용량의 경수로형 원전이다. 한빛 3호기 운영허가일이 1994년 9월9일, 4호기가 1995년 6월2일이므로 40년 후 수명 종료일은 각각 2034년 9월8일, 2035년 6월1일이다. 현재 약 25년 정도 운전됐지만 두 호기 모두 원자로 헤드의 균열 발생으로 조기 교체됐고 증기발생기도 전열관 열화로 교체를 위해 장기간 정지 중이다. 특히 4호기 증기발생기는 2017년 8월 망치가 발견되면서 조기 정지됐다. 최근 한빛 4호기 격납건물 벽체에서 매우 큰 구멍이 발견됐는데, 크기도 크지만 관통된 벽두께의 95% 깊이여서 원전 지역 주민들은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극이 각종 설계 및 가상사고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방법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건전성 평가로 보여주려 하겠지만, 그동안 보여준 수많은 변명과 설득에도 조사할수록 점점 더 큰 공극이 발생되는 현상은 시민들에게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2016년 철판 부식이 처음 발견됐을 때 한국수력원자력은 일부 해풍 영향이므로 부식은 달리 발생되지 않는다고 했다가 전국적으로 1만개의 철판 부식이 발견됐고, 추가로 철판 배면 공극까지 발견됐다. 8㎝ 이상 공극은 이론적으로 없다고 장담했지만 한빛원전 3·4호기에서 20~30㎝ 공극이 여러개 발견됐고 조사를 확대하니 157㎝ 깊이의 공극까지 발견된 것이다.

안전은 신뢰의 문제다. 현 정부 들어서 안전 중시 정책으로 문제를 짚고 넘어가려는 소통 방식은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것이지만, 신뢰의 벽에 난 구멍은 치유가 어려워 보인다. 투명성, 객관성, 전문성으로 적극 소통해 신뢰를 쌓지 못하면 안전은 금방 허물어지는 모래성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국 7개 원전에서 발견된 격납건물 철판 배면 공극 240개 중 200개가 한빛원전 3·4호기에 집중됐다는 것은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부실공사라는 명백한 증거다.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에서 망치가 나온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아직 조사 못한 영역인 상부 돔과 벽체 내부의 공극 검사와 함께 ‘그리스’(콘크리트 벽 속에 주입한 윤활유)가 누유된 텐돈(쇠줄)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 불가능하지만 모두 검사해서 결함을 찾아 수리했다 해도 벽체 내부 철근 수가 기준대로 박혔는지 추가 확인을 요구할 수 있다. 조사 결과 실제 철근이 부족하다면 어찌할 것인가? 시공도 어려우니 일방적인 건전성 평가로 가름할 것인가? 이번에는 콘크리트 재료와 함께 원자로 압력경계 기기를 구성하는 모든 재료가 제대로 사용됐는지 근거를 요구할 수 있다. 콘크리트 시공 및 기기제작 납품 시 제출된 서류는 못 믿겠으니 시방서 요건대로 재료가 사용됐는지 현장에서 직접적인 측정과 검증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콘크리트와 기기를 구성하는 모든 재료와 용접부에 대해 하나하나 실험과 검증이 필요해진다. 양파껍질 벗기듯 예상치 못한 문제는 계속 나올 수 있으며 이처럼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과거 정부의 일이며 담당자가 모두 퇴직했고 하자보증기간도 지났다는 이유로 커튼 뒤에 숨어선 안 된다. 회개와 반성 속에 원칙을 무시한 시행 결과가 어떤 비참한 결말을 초래하는지 원자력 산업계는 통감해야 한다. 지금은 한빛원전 3·4호기를 폐로까지 할 각오로 심각하게 고민하며 먼저 시민사회에 그 답을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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