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세상읽기
황우석 교수 사건 때문에 다른 어떤 일들도 별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다 보니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한나라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있어도 사람들이 별로 아는 체를 안 한다. 사학재단들은 학교 폐쇄나 신입생 모집 거부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도 여론이 크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니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내 것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한다는데 그걸 못하게 참견을 하는 게 이번 개정안이니 ‘사유재산권 침해’이고, 그러니 내 소유라는 걸 확실히 보여 주는 의미에서 폐쇄할 수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사립학교가 개인의 사유재산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교육사업은 돈벌이를 위한 다른 사업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표준산업분류에서 교육은 사회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교육 이외에 의료산업과 보육, 사회복지서비스 등이 함께 묶인다. 여기 묶인 이 산업들의 공통점은 가난해서 구매력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기본적인 서비스는 제공받아야 하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즉, 제대로 된 국가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도 교육과 의료서비스에 대해서는 각각 조세와 사회보험을 통해서 비용을 조달하면서 기본적인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불문하고 같은 기준으로 보조금이 지급되며 교사 인건비도 공·사립에 차등을 두지 않고 지원된다. 의료서비스도 민간의료시설을 통해서 공급되지만 그 비용은 건강보험에서 수가에 따라 일정하게 지급된다. 민간시설을 통해서 서비스를 공급하고는 있지만 국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서비스이므로 그 비용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 사립학교와 민간의료시설이 ‘뭔가 특별한 것’은 이들이 이윤을 생각하지 않고 공익을 위한 일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공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부를 위임받아 대신 제공하고 그 대가를 국가로부터 받는 기관이라는 점에 있다.
의약분업 때의 의료대란이나 이번 학교 폐쇄 협박을 경험하면서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하면서 이럴 수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좀 더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이런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를 민간업자들에게 맡겼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전형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하여 시장실패가 일어나기 쉬운 영역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서는 자신들이 공급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이용하는 서비스 품질의 상대적인 수준을 잘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서비스 제공자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회주의적 행동을 할 유인이 생긴다.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지 말라는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이 문제가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현 정부가 보육과 노인수발의 영역에서 공적인 서비스를 확대하는 제도의 도입을 기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과 노인수발은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영역에서 빠져 있었지만 앞으로는 수요가 급속히 증가할 중요한 분야이다. 급한 마음에 그럴싸한 제도만 만들어 놓고 나서, 초기투자는 적게 하고 거의 전적으로 민간업자에게 서비스제공을 맡기는 제도 구상을 하고 있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차피 비용은 비용대로 국민이 다 지불할 텐데, 민간업자의 전횡을 막을 확실한 방법은 마련해 놓고 가는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장지연/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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