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지난 17일 한국법제연구원에서 무게감 있는 주제의 정기 컬로퀴엄이 열렸습니다. 이날의 주제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회사 형태: 미국의 베네핏 코퍼레이션을 중심으로’였습니다. 외국에 존재하는 다양한 법인격을 소개하는 주제 발표에서 법무법인 율촌의 윤세리 명예 대표변호사는 “미국, 영국 등과 달리 한국에는 사회적기업을 위한 별도의 법인 형태가 부존재”하기에 “외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베네핏 코퍼레이션이나 공동체이익회사(커뮤니티 인터레스트 코퍼레이션) 같은 법인 형태를 추가적 선택사항으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베네핏 코퍼레이션은 ‘비코프’(B Corp)라고 불리는 민간 차원의 사회책임기업 인증이 미국의 34개 주, 유럽의 이탈리아 그리고 남미의 콜롬비아 등에서 법제화되어 도입된 법인격을 뜻합니다. 법제화 움직임은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며 이제 바야흐로 한국에서도 그 논의들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에는 한국을 포함한 64개 나라, 150개 산업군에 3023개의 비코프가 존재합니다. 바디숍을 인수한 남미 최대의 화장품 상장 회사 ‘나투라’, 세계적인 식품기업 ‘다논’, 한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세계 최대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중 하나인 ‘킥스타터’, 기업 가치가 1조원이 넘는 소위 ‘유니콘’ 스타트업(신생기업)인 모바일 보험 브랜드 ‘레모네이드’와 세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신발 브랜드 ‘올버즈’ 등이 많이 알려진 곳들입니다. 활동 지역이나 산업군, 크기나 역사 등 공통점을 찾기가 어려운 이들 기업은 하나의 공통된 가치로 연결되는데, 바로 ‘목적과 이익’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비즈니스를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재무적 이익을 넘어서 이를 건강하게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지배구조, 고객, 공동체, 환경 등의 영역에서도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기업들의 등장은 ‘찻잔의 태풍’과 같이 일시적이며 단기적일까요? 최근의 흐름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달 19일, 전세계 언론은 하나의 특별한 성명이 가지는 의미에 주목했습니다. 바로 미국의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연합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성명’이었습니다. 소속 기업들에 고용된 종업원만 1500만명이 넘으며, 한해 매출 합계는 대한민국 정부 1년 예산의 18배인 84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해당 연합체의 위상은 매우 높습니다. 이들은 1978년부터 기업의 방향과 목적에 대해 주요한 원칙을 발표하며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데, 1997년 이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공식 견해는 바로 ‘주주 이익의 추구’였습니다. 이 견해는 위의 성명을 통해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가치 창출’로 공식 변경되었습니다. 온라인에 공개된 해당 성명서에는 애플, 아마존, 제너럴모터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아이비엠(IBM), 블랙록 등의 시이오 181명의 성명과 서명까지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적으로도 관찰됩니다. 지난 4월11일 프랑스 의회에서 통과된 ‘기업의 성장과 변혁을 위한 행동계획’(PACTE)법은 기업이 본래 비즈니스 외에도 사회환경적 이슈를 고려해야 함을 요구하며, 아예 정관에 사회적 목적을 명기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2014년 모든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다가 지난 7월에는 소위 ‘2% 법’이라 불리는 회사법 개정을 통해 세계 최초로 모든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의무화했습니다. 3년간 순이익 평균의 2%를 관련 활동으로 지출해야 하며 위반할 시 기업엔 벌금과 담당 임원의 구금 등 징계 조항이 추가되었습니다. 앞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성명 직후 전세계 비코프 기업들은 환영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비코프가 기업의 존재목적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이죠. 한국 대기업 중에서도 비코프를 볼 수 있을까요? 사회적 가치를 중요한 핵심 동력으로 삼기 시작한 에스케이(SK)를 비롯해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 중에서 비코프를 만나는 것도 아주 멀지 않은 현실이 될 것 같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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