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효용 ㅣ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미-중 간 무역마찰 등으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경기둔화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총 153조원을 지출했는데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떨어졌다. 생산연령인구(15~64살) 감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출산율 제고를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필자의 연구에 비추어 볼 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면 그에 상응해서 출산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육아와 보육서비스, 아동수당, 직장에서의 성평등 문화 등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으로 인해 여성의 출산을 위한 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일 수 있다. 북유럽 국가들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0%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으며, 출산율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2위를 기록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9.4%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4.6%)보다 낮고 출산율은 최하위 수준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효과적이고도 다양한 정책을 통해 저출산 문제도 해결하고,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와 함께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성차별 문화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성차별의 철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보도(2019년 3월)를 보면, 우리나라의 유리천장 지수는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2013년 이후 지난 7년간 연속으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의 여성관리자 비율(12.5%)과 이사회의 여성 비율(2.3%)이 각각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31.9%, 22.9%)에 견줘 낮을 뿐만 아니라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성별 다양성과 양성평등 지수가 오이시디 회원국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져 있고,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성 격차 지수도 115위(2018년)를 기록하고 있다. 성별 임금격차도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민간부문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높아질 경우 기업 성과와 국가경쟁력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성별 고용격차를 줄이면 한국의 지디피가 14.4%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2019년 4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관리자패널조사 자료(7차, 2018년)를 이용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사회에 여성임원이 있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기업 성과가 높았다. 특히 이사회의 여성임원 비율이 상위 25%인 기업의 성과가 훨씬 높다. 아이비엠(IBM), 피앤지(P&G)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인력의 다양성 관리를 통해 우수한 인적자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외 사례를 통해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는 기업 성장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적극적 고용개선 조처를 도입한 지 13년이 지났는데도 여성 대표성 제고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양성평등 실천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저성장 시대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여성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민간기업 내 여성임원 비율 확대를 통해 여성 대표성과 성별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한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사업이 올해 초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발족됐다. 여성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평등 포용사회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왜 여성인가를 논하기보다 정부, 기업, 사회가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민간기업의 여성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