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교수(스마트모빌리티센터장) 검찰의 ‘타다’ 기소로 모빌리티 갈등이 점점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스타트업 업계가 우려를 나타내고, 정부 부처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며 논란은 확대일로다. 2015년 우버엑스(X)의 철수와 2017년 카카오 카풀 갈등이 사회적 대타협기구 합의로 봉합되자, 논란은 타다로 옮겨와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격이던 모빌리티 산업은 계륵 같은 처지가 돼버렸다.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이자 국민의 교통비용이 높고,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모빌리티 혁명은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열쇠다. 이 기회를 막고 있는 모빌리티 갈등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정부, 모빌리티 및 택시 업계 모두에 책임이 있겠지만,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우버의 등장부터 유사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 정부도 예상했을 것인데, 카풀 갈등이 본격화된 2017년까지도 신산업 수용 방안은 준비되지 않았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정부는 기존 법상 어디에 속하는지 해석하는 데만 그쳤다. 그러나 모빌리티 산업은 파괴적 혁신을 통해 시장을 창출하는 산업이고, 이 산업이 파괴적인 이유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기존의 잣대로 혁신 산업의 합법성을 다투어야 하나. 돌이켜 보면 모빌리티 산업의 합법적이고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영국 등과 같이 장기적 관점의 로드맵이 필요했다. 정부가 먼저 기술과 서비스를 이해해야 했고, 두번째로 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한 수용안을 준비해야 했으며, 세번째로 사회적 편익 극대화를 위해 서비스 간 역할 분담과 활성화 전략을 제시했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교통 산업과 신모빌리티 산업의 조화는 무엇인가. 정부의 모빌리티 산업 로드맵은 무엇이고, 정부가 이끈 사회적 대타협기구나 광역교통비전 2030에 이런 전략이 반영돼 있는가. 자율주행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 모빌리티 서비스는 앞으로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카풀과 타다는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는 얼마나 많은 갈등을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하나. 올바른 로드맵으로 갈등 당사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가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책임이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빌리티 업계의 교통 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 수준도 갈등의 원인 중 하나다. 업계 내에서 교통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고, 구성원 대부분은 정보기술(IT) 산업 종사자들이다. 기존 교통 산업에서 자동차 회사, 운송 업계뿐 아니라 법·제도, 운영기술 등이 필요했던 것처럼 모빌리티 산업도 교통 전문인력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또 국외 모빌리티 업계와 비교해 혁신적 기술을 국내 기업들이 내놓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들이 타다를 카카오택시와 다르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최종 생산물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을 통한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화가 필요한 이유다. 교통 시장은 민간과 공공이 함께 서비스를 생산하는 시장으로 아이티 산업이 성공해온 인터넷 포털 같은 민간 중심 시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일부에서는 모빌리티 산업의 장밋빛 미래만을 말하지만, 모빌리티 서비스가 점유율을 높일수록 버스와 지하철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대중교통 보조금은 눈더미처럼 불어난다. 이런 시장구조 때문에 근시안적 규제 철폐는 국민들에게 대중교통 보조금과 모빌리티 요금 부담을 이중으로 지우게 된다. 유럽 각국에서는 이를 고려해 레드오션인 도시 시장 대신 공공 교통이 경쟁력을 상실한 지방을 모빌리티 산업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지방의 교통 문제가 악화일로인 국내에서도 정부와 모빌리티 업계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서 유일하게 악기를 연주하지 않지만 큰 박수를 받는 위치에 있다. 자신의 연주에만 열중하는 연주자들을 조화롭게 이끄는 지휘자가 없다면, 아무리 우수한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도 불협화음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의 타다 기소나 모빌리티 업계의 반발, 그리고 택시 업계의 생존을 위한 저항에 대해 쉽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소에 대해 사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검찰을 비판할 수도 없고, 최소의 투자로 가장 큰 이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는 기업도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며, 기존 교통 산업에서 성실히 노동자로 일해온 택시 기사들을 문제의 책임자로 비난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모두 자신의 악보를 연주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는데, 왜 갑자기 범법자나 변화의 걸림돌이 되어야 하는가. 지휘자는 모든 악기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적절한 역할을 부여해 조화로운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반면 각자 승리를 위해 싸우는 스포츠 게임에서 심판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경기를 공정하게 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훌륭한 지휘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연주가 끝나면 모두가 승자가 되지만, 훌륭한 심판이 진행한 경기는 언제나 패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모빌리티 산업에는 이제 승부를 판가름할 공정한 심판이 아니라 갈등의 에너지를 조화의 시너지로 바꿀 수 있는 지휘자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정부는 더 이상 중재자 역할에 머물지 말고, 모빌리티 산업 종사자들의 열정을 신산업 발전의 추진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때다.
[이슈논쟁/ 검찰 타다 기소, 그 이후]
지난달 28일 검찰은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를 통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이재웅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인 브이씨앤씨(VCNC)의 박재욱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를 계기로 타다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한층 더 복잡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검찰의 기소 직후,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혁신 서비스의 성장을 가로막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한 반면, 택시 업계는 검찰의 기소 결정을 환영하며 타다에 대해 운행 정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난 7월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내놓으면서 한숨 돌렸다고 생각한 정부로서도 자칫 신산업 육성의 불씨를 꺼뜨렸다는 비난을 들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김현명 명지대 교수(스마트모빌리티센터장)와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가 각각 택시 업계와 모빌리티 업계 간 갈등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글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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