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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4 18:22 수정 : 2019.11.15 02:37

조한욱ㅣ한국교원대 명예교수

4년 전에 ‘5년’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 뒤 4년이 흘러 이제 만으로 9년이 되었다. 곧 이 칼럼이 10년째로 접어든다는 말이다. 그 4년 사이에 바라던 정부가 들어섰고, 무사히 정년을 마친 뒤 퇴임하였고, 학자로서의 궁극적인 꿈이었던 잠바티스타 비코의 <새로운 학문> 원전 번역을 마무리하였으니 보람 없이 허송한 세월은 아닌 것 같다는 심사가 들기도 한다.

그러나 4년 전에 썼던 칼럼을 다시 꺼내 보니 그렇게 자기만족에 빠진다면 여전히 부끄러울 것만 같다. 그 당시의 논조는 “사욕에 눈이 어두워 공공선을 도외시하는 위정자들, 영혼을 팔고 그들에 부역하는 학자(?)들, 마찬가지로 영혼이 없이 그들을 떠받드는 관료들, 사람들을 오도시키는 관제 언론에 종사하는 자들이 빨갱이 타령으로 역사라는 학문의 영역까지 침탈한다”고 한탄하는 것이었다. 주로 국정 교과서 제작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비판을 가한 것으로서, 내 역할이 미약할지라도 아직은 칼럼을 그만둘 때가 아니라는 다짐으로 마무리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 당시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던 일들이 이제는 모든 곳에서 무차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교사들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할 여러 이유로 명예와 권리를 되찾지 못하는 정도를 넘어 현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다양한 직종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허공에 떠 있다. 비유적인 말이 아니다. 위정자들은 공공선을 도외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그들의 탐욕을 드러낸다. 법을 정의롭게 주재하여야 할 기관들은 스스로가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었다. “메이저”라고 일컫는 언론은 그 위정자들은 물론 그 위법자들과 결탁했다. “위법자”? 물론 법을 집행하는 척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4년 전에 느꼈던 피로감은 가셔지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가중되었다. 정의가 흐르리라고 믿었던 이 정부에서 말이다. 그래도 아직 그만둘 때는 아닌 것 같다. 만 10년이 채워질 때면 더 좋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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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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