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8 18:12
수정 : 2019.11.19 14:10
김희진 ㅣ 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
지난 9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아동권리협약 이행 5~6차 심의 과정에서 “한국은 교육의 본분을 포기했는지” 되물었다. 경쟁적 교육 환경, 높은 사교육 의존도, 아동의 놀 권리 박탈과 지역 격차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려가 표명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초·중·고등학교와 함께 유치원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학교’란 유아교육, 초등교육, 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공공의 기관이며(교육기본법 9조), 이 중 ‘유치원’은 유아의 교육을 위하여 유아교육법에 따라 설립 운영되는 학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유아교육법 2조).
교육은 국제인권규약과 헌법이 천명한 인간의 기본 권리다.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3조는 ‘모든 사람이 교육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고, 아동권리협약 28조는 특히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확인했다. 교육의 기회평등, 의무교육과 무상교육 등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이다. 오늘날 인권의 한 내용으로서 교육에 대한 권리 실현을 위한 학교의 공공성에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치원 설립의 기본법이 되는 유아교육법은 2004년 제정됐다. ‘유아의 교육에 대한 공교육 체제를 마련함으로써 유아의 균형적이고 조화로운 발달을 조장함과 아울러, 유아 보호자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것’을 그 입법 취지로 밝힌다.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은 아동 당사자의 권리보장과 함께 아동 발달에 공동의 책무를 부담하는 가정을 지원하는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다. 유아는 일생 동안 가장 급속한 신경계적 성장을 포함한 신체적 성장, 의사소통 기술과 지능이 발달하는 시기다. 이 귀중한 시기의 발달은 유아의 삶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는 가족과 여타 공동체 내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생애 가장 결정적인 시기를 조력하기 위한 환경 조성은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의 가장 강력한 의무이행 사항 중 하나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국가의 노력은 법 제정 연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교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자격 체계를 정비한 유아교육법 개정(2011년 7월25일), 초등학교 취학 전 3년까지 무상 유아교육을 확대한 유아교육법 개정(2012년 3월21일), 만 3살부터 6살 미만 어린이에 대해 좀더 체계적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부처 간 교육정책적 공조를 명시한 유아교육법 개정(2014년 1월28일), 유치원 원비 인상률 제한 등을 통해 유치원 원비의 무분별한 인상을 억제하고자 한 유아교육법 개정(2015년 3월27일), 유아를 체벌하지 않도록 하고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유아의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신설한 유아교육법 개정(2016년 5월29일) 등이 그렇다.
그에 더해 지난해 발의된 ‘유치원 3법’, 즉 유치원 설치·운영의 결격사유를 명시하기 위한 유아교육법 개정안, 교비 회계에 속하는 수입·재산을 교육 목적 외에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유치원도 학교급식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하도록 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여전히 남아 있는 법적 공백을 해소하고 유아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요청이다.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지속적 노력의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 법에 대한 논의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전이 없다.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뒤에도, 상임위원회 논의 기한인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기한인 90일 동안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은 채 지난 9월23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대화와 협의, 토론이 없는 국회의 태도를 과연 무관심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국회가 유치원을 ‘교육의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유아 또한 그들 자신의 고유한 인격을 존중받아 마땅한 ‘인간’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11월22일 이후 개의되는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될 유치원 3법에 대한 표결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민주시민의 권력을 위임받아 입법에 대한 고유한 권한을 부여받은 국회는 더 이상 사회적 요청을, 아동인권 보장에 대한 특별한 책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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