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1.28 17:50 수정 : 2019.11.29 02:38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김진표 의원이 지난해 8월25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해찬 신임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추미애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추 전 대표는 유력한 신임 법무장관 후보로 꼽힌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김진표 의원이 지난해 8월25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해찬 신임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추미애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추 전 대표는 유력한 신임 법무장관 후보로 꼽힌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1월 말 기획재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자 조세형평성 훼손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종교단체가 쓴 종교활동비를 비과세소득으로 봐준 게 문제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기재부에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 의원은 그에 앞서 종교인 과세 시행을 2018년에서 2년 더 유보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개각을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진표 의원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이낙연 총리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는 참여정부 때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경제통’이다. 문제는 반대 목소리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온 진보 진영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된다는 점이다. 경실련은 성명에서 “차기 총리는 정부부처와 국무위원들을 움직여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구조 개혁과 민생경제 회복에 나서야 한다”며 “김 의원 등 후보자들이 이러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에는 ‘김진표 반대’ 청원까지 올라왔다. 반면 보수 언론은 “차기 총리는 경제통에 맡기라”며 지원사격을 한다.

진보가 ‘김진표 총리’에게 부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실명제 도입 정보를 삼성에 미리 흘렸다.” 그에게 오랫동안 따라붙어온 “친삼성”의 꼬리표는 일단 제쳐놓고, 공적 활동에 국한해서 봐도 종교인 과세 반대는 빙산의 일각이다. 경제부총리였던 2003년에는 투자 활성화를 내세워 법인세 인하 뜻을 밝혔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강력히 반대했던 사안이다. 청와대가 부인하면서 촌극으로 끝났지만, 세간에선 “한나라당이 집권한 줄로 착각했다”는 말이 나왔다.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금리 인하’ 카드도 꺼냈다. 분양권 전매제한 등 투기억제책에는 반대했다.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는 “사회주의적”이라고 색깔론까지 폈다. 결과는 집값 급등이었다.

김 의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도 관련이 깊다. 론스타는 2003년 2조여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7조원 가까이 회수해 갔다. 그러고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을 물어내라고 소송 중이다. 론스타가 은행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는 산업자본인데도 외환은행을 넘긴 게 화근이었다. 김 의원은 2008년 론스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외환은행이 잠재 부실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했고, 지금도 같은 판단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는 임기 반환점을 맞은 문재인 정부에 기존 경제정책의 전면 폐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혁신·포용·공정·평화의 경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초지일관의 뜻을 밝혔다. 정부의 민생경제 성적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박한 편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부담 가중과 고용 위축, 부동산 정책 실기로 인한 집값 급등은 뼈아프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는 과거 정권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고, 국민과 약속한 것이다. 성과가 미흡하다고 해서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은 희망이 없다.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면서 환경에 맞게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고, 미흡한 것을 보완하는 게 정도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3년 집권 반년도 안 돼 ‘경제 살리기’를 이유로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를 포기했다가 결국 두가지 모두 놓쳤다.

임기 후반 새 진용을 짜는 개각은 문 대통령의 향후 국정방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공평 과세, 부자 증세, 투기 근절과 거리가 있는 인물의 기용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는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혼선을 우려했다. 김 위원의 인품에 대해서는 원만한 대인관계 등 호평 일색이다. 총선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를 일부 흡수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위 공직자들에게 ‘지옥의 관문’인 인사청문회를 고려할 때 의원 출신 후보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 문제도 있다. 하지만 핵심은 차기 총리의 ‘상징성’이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개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후임 총리는 개혁형으로 하는 게 맞다”고 충고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개혁 실패 이유로 ‘관료 의존’을 꼽아왔다. 자신은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다. 최근에는 조국 법무장관 임명과 관련해 “국민의 갈등과 분열을 야기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인사가 만사다.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아침햇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