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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서울이 수도가 되던 날 / 김태권

등록 2019-11-28 18:29수정 2019-11-28 19:03

무학대사
(1327~1405)

이성계는 1394년 지금의 서울 강북 땅으로 수도를 옮긴다. 양력으로 셈하여 11월29일의 일이라고 한다. 고려를 잊지 못하는 개성 사람에게 먹이는 ‘결정적 한 방’이었다. 나중까지도 북쪽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물어뜯으며 ‘성계고기(성계육)를 먹는다’고 말한 것은 이 무렵의 일을 잊지 말자는 다짐이었으리라.

수도 이전 사업을 초기에 주도한 사람은 무학 스님. 민담을 보면 왕십리며 선바위며 두루 답사를 다닌 것 같다. 그런데 사업 중간에 정도전에게 주도권이 넘어갔다. 정도전은 유학자였고 불교를 싫어했다. 정도전의 안이 통과되자 무학이 “이렇게 수도를 지으면 200년 후 난리를 겪는다”거나 “천년 갈 왕업이 오백년으로 끊기게 되었다”거나 안타까워했다는 야사가 많다.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지어낸 것은 무학과 불교 세력의 정치적 패배를 길이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일 테다.(경남 함양 용추사에 있는 초상화를 바탕으로 스님을 빚었다. 여주 신륵사에 남은 그림은 또 다르다. 어느 쪽도 보고 그린 그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정도전 역시 이방원에게 죽었다. 이방원은 새로 창덕궁을 지어 정도전의 도시계획을 뒤집었다. 정도전이 살던 집을 허물고 관청을 지었다. 이방원이 진심으로 바꾸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의 기억이었겠지만.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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