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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9 18:27 수정 : 2019.12.20 02:41

로버트 메이(1905~1976)
루돌프(1939~)

루돌프가 세상에 등장한 해는 1939년. 미국 몽고메리워드 백화점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체 제작한 그림책의 주인공이었다. 역사도 짧고 탄생 배경도 의외다. 그렇다고 ‘백화점의 상술’이라 외면하기에는 파란만장한 사연이 있다.

그림책 일을 맡은 사원 로버트 메이. 당시 개인사가 좋지 않았다. 암을 앓던 아내가 이해 여름에 세상을 떠났다. 슬픔을 잊기 위해 메이는 루돌프 이야기에 열중했다고 한다. 그림책은 크게 성공했다. 1939년과 1946년에 육백만부를 냈으니.(그림책에 나온 루돌프는 순록보다 사슴처럼 보인다. 당시 표지를 보고 빚어보았다.) 그런데 루돌프 이야기의 저작권은 백화점에 있었다. 정작 메이는 숨진 아내의 병원 빚을 갚으랴 어린 딸을 키우랴 돈 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말이다. 여기까지는 크리스마스에 어울리지 않을 잔혹한 이야기 같다.

그래도 결말은 훈훈하다. 백화점은 앞으로 나올 루돌프 시리즈의 저작권을 메이에게 흔쾌히 넘겨줬다. 마침 메이의 매부 조니 마크스는 솜씨 있는 작곡가였다.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종교색 없는 흥겨운 노래 덕분에 루돌프는 성탄절을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메이는 같은 백화점 사원과 재혼하여 다섯 아이를 더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나.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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