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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2 18:26 수정 : 2020.01.03 02:35

이정윤 ㅣ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월성 1호기는 캐나다의 600메가와트(㎿) 표준형 중수형 원자로로서 1977년 5월 건설에 착공하여 1983년 4월 준공하였다. 600㎿ 중수형 원전은 월성 1호기(W-1)와 비슷한 시기 건설된 캐나다의 젠틸리 2호기(G-2)와 포인트르프로(PL), 아르헨티나의 엠발세 원전, 그리고 루마니아의 체르나보더 1, 2호기 등이 있다.

캐나다의 젠틸리 2호기, 포인트르프로, 그리고 월성 1호기는 비슷한 시기 건설되어 이후 ‘생애’를 비교해볼 만하다. G-2는 초기 수명연장 검토 때 너무 많은 비용(수조원)이 예상된데다, 자체적으로 풍부한 수력이 있어서 일찌감치 포기하였다. 포인트르프로와 월성 1호기의 경우 계속운전이 검토되었고 포인트르프로가 시기적으로 1~2년 정도 앞서갔다. 월성 1호기는 포인트르프로의 선행 경험을 반영하여 공사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속운전을 추진하였으나 결국 포인트르프로보다 먼저 공사가 종료되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당시 종합적인 엔지니어링 검토가 필요했으나 경험 부족으로 당시 캐나다 설계사(AECL·캐나다원자력공사)에 종합수행을 맡기고자 했다. 하지만 비용만 1조원이 넘게 제시되어 캐나다원자력공사는 원자로 압력관 등 핵심설비 교체만 한수원 종합지휘 아래 수행했다.

계속운전은 엔지니어링 기술이 부족한 한수원에 의해 너무 안이하게 추진되었다. 2009년 원자로 압력관 일부가 수명에 도달하자 한수원 주도로 캐나다원자력공사의 압력관 교체 등 대대적 정비가 이뤄졌다. 이른바 7천억원 투입설이다. 실제는 이보다 작게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비용을 먼저 투입하고 나서 ‘봐라, 새 발전소이니 계속운전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그 정비작업 또한 가동을 위한 필수설비에 국한했을 뿐, 최신기술을 적용한 발전소 전체의 안전 최신화는 아니었다. 결국, 종합 엔지니어링이 누락되었으니 최신기술기준을 제대로 고려할 틈이 없었고, 계속운전 기술수준 고시(2014-31)조차 허술했다. 예를 들면 원자로 압력용기 수명평가에 미국연방법(10CFR54.21)을 적용했는데, 미국기계학회 코드를 근거로 하는 미연방법은 중수로 원자로 설계방법을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이 고시기준을 따르면 중수로 계속운전은 자동 거부되는 것이다. 이런 웃지 못할 계속운전 고시기준은 지금도 그대로이니 규제조직의 무책임성과 무지, 경수로 중심의 관료적 사고 일변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계속운전을 위한 최신기술기준 적용 근거도 임의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R-7이었는데, 2015년 계속운전 심사 당시 R-7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 월성 2, 3, 4호기에 적용할 때와 월성 1호기 계속운전에 적용한 내용이 상반되었다. 월성 1호기에 최신기술기준인 R-7을 적용하지 않은 것을 합리화하다 동일 사안을 월성 2, 3, 4호기에 적용하는 데 있어 정반대로 해석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나중에 법정에서는 R-7 자체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해괴한 주장(?)까지 서슴없이 해댔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은 결국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계속운전 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떳떳하게 문제점들을 내놓고 문제의 심원으로 들어가 처절하게 반성하여 원자력계가 국민 신뢰 속에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욱이 속사정을 덮어두고 탈원전 때문이라는 정치적 구호로 몰아가는 모습은 지나치게 무책임하다. 누가 월성 1호기를 폐쇄하였는가? 밀실에서 안전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부실하게 계속운전을 추진했던 바로 원자력산업계에 그 책임이 있다. 월성 1호기 조기 영구정지 사건에도 처절한 자기반성이 없는 한 원자력산업계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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