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ㅣ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네가지 유형의 기업가를 아시나요? 이를 알기 전 저에겐 비즈니스에 대한 이유 없는 반감이 있었습니다. 지구상 많은 문제가 비즈니스를 통해 악화되며 사회문제의 급증은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가의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부 때는 역사 전공이기도 했지만 통상 듣는 경영학개론이나 경제학원론 수강을 그래서 피했습니다. 하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어간 유엔에서 저는 역설적으로 ‘비즈니스’가 가진 한계 외에도 장점과 가능성도 골고루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역대 최고의 유엔 사무총장으로 손꼽히는 다그 함마르셸드 2대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은 인류를 천국으로 이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옥에서 구출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국제기구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현재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입니다. 기후변화를 생각해볼까요? 유엔이나 비영리단체가 하고 있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참여나 혁신이 빠진 상태에서는 기후변화에 의미 있는 변화를 지속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여러 기업활동이 기후변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기후변화는 값싸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포함해 사실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현상의 유지 또는 긴급한 문제의 해결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벅차게 느껴진 유엔에서의 경험을 통해 저는 ‘기업가’의 새로운 정의를 알게 되었고, 기업가의 네가지 유형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과거 ‘기업가’에게 반감이 있었던 저는 지금은 유엔을 떠나 기업가 여정에 함께하며 ‘기업가’의 역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지속가능하고 인간중심적으로 진화하도록 기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게 된 네가지 유형의 기업가를 소개합니다.
먼저 기업가라는 발음은 동일하지만 한자어로는 다른 두 부류의 기업가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통상 ‘비즈니스피플’(business people)이라 불리는 기업가(企業家)로서 한자 뜻에는 ‘이윤을 기획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안트러프러너’(entrepreneur)라고 불리는 기업가(起業家)로서 한자 뜻에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 제가 인식했던 기업가는 알고 보니 주로 전자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가치를 창출해가는 두번째 부류의 기업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들이 만드는 재무적 가치와 사회환경적 가치가 융합된 통합가치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부류의 기업가는 조금 더 세분하자면 기업가와 사내기업가, 그리고 사회적기업가와 사회적 사내기업가 등 네가지 유형으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우선 기업가의 대표적인 사례는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슈나드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파타고니아의 사명은 기업이 전세계가 당면한 환경위기에 맞서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입니다. 사내기업가란 기존 조직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주어진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기업가’처럼 행동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가입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한국에자이의 서정주 부장은 사내기업가로서 본인이 근무하는 기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에 누구보다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내기업가들의 활동 결과물로 최근 한국에자이는 가족 건강 관리 앱 ‘헬피’(HeLpy)를 출시하며 사회 모든 구성원의 건강할 권리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인증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의 윤석원 대표는 사회적기업가 유형입니다. 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인적 구성과 혁신을 통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소프트웨어 테스팅 및 인공지능 회사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리베카 무어 박사는 사회적 사내기업가로서, 본인이 과거부터 환경훼손을 막고 환경 감수성을 높이는 데 기울였던 관심을 자신이 속한 기업과 연결해 ‘구글어스’라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직접 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기업가, 사내기업가, 사회적기업가, 사회적 사내기업가 등 네가지 유형의 ‘기업가’ 중 어떤 유형일까요? 2020년 어떤 유형이든 우리 사회와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드는 ‘기업가’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