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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감염 위기에 따른 경제 위기 대처법 / 전병유

등록 2020-03-18 18:05수정 2020-03-19 09:44

전병유 ㅣ 한신대 경제학 교수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이 경제 위기 공포의 전염으로 확산되고 있다. 감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될수록 경제 위기는 더 커진다. 자산시장에서는 주식에 채권까지 폭락하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서비스 노동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취약계층의 생활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동과 서비스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실직 위험이 커지고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과 백신 개발이 무엇보다 우선이지만 경제 공포의 전염에 대한 백신도 시급하다.

인터넷의 주요 경제 관련 사이트들도 바이러스 관련 뉴스와 논문으로 도배되고 있다. 많은 전망과 추정, 정책 제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일차적 논쟁은 경제적 파장이 수요 감소에서 오는가 아니면 공급체인의 붕괴와 일자리 상실이라는 공급 요인에서 오는가에 집중되고 있다. 원인에 따라 정책 대응도 달라진다. 위기로 어려워진 계층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집중 타기팅할 것이냐 아니면 장기적 수요 침체로 보고 보편적 접근을 할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이지엠(IGM, Initiative on Global Markets) 포럼이 경제학자들에게 조사했는데 수요 원인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지만 불확실하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수요 원인론은 제조업 비중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크지 않고,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서비스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점, 공급체인 붕괴는 단기적인 반면 실직에 따른 소득 상실은 충격이 더 크고 지속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현재 원자재 가격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어 수요 충격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와 휴폐업, 공장 가동 중단과 이동의 감소에 따른 생산 차질과 일자리 상실 등 공급 쇼크는 바로 눈앞에 있다. 당장은 보편적인 재난소득이나 기본소득 논의보다는 가장 어려운 사람을 찾아내 빠르게 소득과 현물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타기팅할 수 있는 행정 능력도 갖추고 있다. 현장 의료 인력에는 ‘낭비스러울’ 정도로 지원해야 하며(경제학적으로도 ‘외부성’을 고려할 때 낭비가 아니다), 타격이 큰 업종에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상향하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한시적 무이자 대출을 할 수도 있으며 긴급복지 재원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의 2차적 확산이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에 따른 수요 충격은 더 크고 보편적일 수 있다. 재난의 경제적 파장은 1단계 수요와 공급의 감소, 2단계는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따른 심화, 3단계 기업 도산과 실직으로 인한 금융 쇼크 등으로 발전한다. 장기적으로는 비관적 전망으로 투자와 혁신이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보편적인 정책 대응 방안을 같이 준비해야 한다. 집중 검진과 격리가 타깃형 대응이라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보편적 대응이다. 이 둘을 잘 결합하여 바이러스 대응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경제위기 대응도 마찬가지다.

금리 인하나 유동성 공급과 같은 통화정책이 보편적 대응이기는 하지만 케인스의 통찰대로 공포는 시장에서 돈이 사라지게 한다. 기존의 재정정책은 취약계층에 타깃하는 성격이 강하다. 경기부양 효과를 가지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구체 방안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감염위기도 정확하고 빠른 대응이 주효했듯이 경제위기도 크고 정확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가격과 비용에 대한 고려는 당분간 배제해야 한다. 다만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최근 리처드 볼드윈이 온라인 출간한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의 경제학>의 서문은 “코로나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로 시작한다. 불확실성은 경제위기를 심화할 뿐만 아니라 정책 대응의 지연과 실패를 초래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책 담당자들은 책임 있는 결정을 기피한다. 커다란 압박은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바이러스와 같은 외생적 충격하에서는 경제지표 정보도 불확실성을 줄이지 못한다. 그러나 정책 대응의 머뭇거림과 지연 비용은 정책 실패 비용보다 클 수 있다. 위기 때 리더십이 더 필요한 이유다.

공포가 초래하는 경제위기 때는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경제는 더 후퇴하지 않을 것이고, 수요는 다시 일어날 것이며,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필요하다. 쉽지 않은 과제다. 방역 담당자들의 건투와 노고에 경의를 표하면서 정책 담당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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