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주·임형남 ㅣ 건축가·가온건축 공동대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단 한 줄로 큰 감명을 주었던 시다.
그런데 요즘 우리들 사이에는 사회적 거리 2m가 있다.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지키려면 사람끼리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과연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어떤 의미일까. 집을 짓거나 건물을 지으며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을 만드는 일의 핵심은 그런 거리에 대한 일이기도 하다.
서로 간에 거리를 지키며 적당한 밀도를 지킬 때 인간은 편안해지고 서로를 존중하게 된다. 가령 업무시설의 경우 1인당 최소면적은 책상과 의자의 크기 외에도 통로와 비품이 들어가는 공간 등을 생각해 적어도 8~12㎡를 고려해 계획한다. 그런데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콜센터의 1인당 업무공간은 누가 봐도 그에 비해 훨씬 좁은 면적이 사용되고 있었고, 신천지의 경우도 면적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예배를 보는 사진들이 공개되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붙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 밀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주택난이 심각해지자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밀도를 극대화한 주거형태가 만들어지며, 어느새 서울의 인구밀도는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국토부 기준 1인당 최소 거주면적은 14㎡이지만 저소득층 대상의 고시원들은 그 절반인 7㎡를 충족하기도 쉽지 않다.
옛날 대가족 제도에서도 사람들 간의 거리를 중요시했다. 그래서 여러 개의 마당이나 채를 나누는 방식을 사용해 많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서로에 대한 인정은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는 것이고, 가족 간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옛사람들의 공간적 해결방법이었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가족의 개념도 많이 축소되고 결정적으로 도시화로 인해 그런 거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밀도를 극도로 높이고 효율을 앞세운 건축에서 우리는 넓은 평수의 아파트든 일반적인 다가구주택이든, 평면적이고 단순하게 거실을 중심으로 모든 공간이 모여 있는 구심적 공간을 만들어놓아 서로 간의 거리를 거의 없애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물리적인 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심리적인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도시 또한 그렇다. 사람들은 그간 도시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생각하고 온갖 묘수를 동원했다. 땅에서 최대의 용적을 얻어내기 위해, 가장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쌓아올린 과밀한 도시에서 나를 지켜줄 2m가 과연 존재할까. 어떻게 생각하면 사회적 거리 2m는 마치 우리에게 던져진 철학적 주제 같기도 하고 깨달음으로 이끌어줄 화두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