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빨고 있어요.”
국내 스포츠 에이전시의 한 직원은 코로나19의 영향을 이렇게 말했다. 국내 상황이 정점을 지나 소강상태로 들어갔지만 업무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다. 외국 선수들이 오가야 하는 국제 스포츠 행사는 꿈도 꾸지 못한다.
학생 선수들은 학교 체육관 폐쇄로 연습훈련을 못 한 지 두달 가까이 된다.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역시 봄철 경기 일정을 일절 잡지 못하고 있다.
프로농구, 프로배구, 실업 아이스하키 등 겨울 종목은 시즌 막바지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반면 여름 종목인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는 비상이다. 선수들이 직접 접촉하며 뛰어야 하는 프로축구는 경기 수를 줄일 수밖에 없고, 중계권료 등 최소 600억원의 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는 5월 무관중 경기라도 시작할 계획이지만, 관중 없는 경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유관중 경기가 시작되어도 관중이나 선수 가운데 감염이 확인되면 리그를 중단해야 한다.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도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이런 까닭에 국내 스포츠 리그를 아예 1년 쉬자는 ‘스포츠 안식년’ 이야기가 나온다. 리그 재개는 스포츠 팬들의 염원이지만, 자칫 재개된 경기에서 관중이나 선수 가운데 감염자가 발생하면 중단해야 하는 등 후폭풍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 휴지기에 들어가면 선수와 구단 사이에선 합리적인 연봉 조정이 필요하다.
스포츠 무대에선 안식년 개념이 없었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FC 바르셀로나 시절 3관왕 업적을 쌓은 뒤 정신적으로 지쳤다며 2012년 안식년에 들어갔고 미국 프로농구에서 2015년부터 근무 연수에 따라 직원들에게 안식월을 제공한 적이 있지만 특별한 사례다.
관중이 모여야 정상적인 경기가 가능한데 코로나19는 다중의 모임을 원천적으로 불허한다. 이런 스포츠 ‘디스토피아’에서 팬들은 경기에 더 목말라 하고 막연하게 재개 희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경험해보지 못한 스포츠 안식년 얘기에 팬들은 화들짝 놀라겠지만, 바이러스는 보이지도 않고 인정사정도 없다.
김창금 스포츠팀장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