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란 ㅣ 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그동안의 ‘집콕 생활’을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이 동네 산, 강, 공원에는 사람들이 붐빈다. 걷는 사람들도 훨씬 많아졌다. 늘 텅텅 비어 있던 남강 자전거 도로에도 쌩쌩 달리는 자전거들이 제법 눈에 띈다. 연둣빛 봄날이고 모처럼 여유로운가 싶다.
그런데 자전거 도로는 왜 ‘가끔 쌩쌩’일까. 현재 우리나라 자전거 이용 인구는 얼마나 될까. 앞으로 자전거는 자동차나 시내버스보다 더 이용률이 높은 이동수단이 될 수 있을까. 자전거 도로가 본격 조성된 것은 아마 이명박 정부 때 한강 자전거길을 비롯해 4대강을 따라 만들기 시작하면서였을 게다. 중앙정부가 하니 지방자치단체도 앞다퉈 나섰다. ‘저탄소 녹색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인프라 구축과 자전거 이용문화 조성’이 목적이란다. 쉽게 풀면, 자동차는 덜 타고, 자전거 이용은 늘리기 위함이다. 대부분 강을 따라 조성되고 있고, 지금도 매년 많은 예산을 들여 이어가고 있다.
경남 진주시도 남강 자전거길 완공을 서두르고 있다. 진주시가 마지막 구간인 남강댐 오목교~희망교 2㎞ 구간에 110억원을 들여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법정 보호종 서식지로 생태 보존을 주장하며 반대 서명운동에 나섰다. 전임 시장 때부터 해오던 사업이지만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구 34만명 중 자전거 이용 인구가 얼마나 될까 싶고 자전거 도로의 의미와 목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진주시만이 아니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전거 도로를 보면 자전거에 대해 굉장히 오해하거나 착각하고 있구나 싶다. 우리가 왜 자전거를 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전거를 이용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뭘까? 단순히 자전거 타기가 목적은 아니다. 자동차에 의존하다 보니 지역 원도심 침체, 자동차 중심의 도로 조성과 위험 요소, 그리고 환경 문제 등이 발생했다. 실제 자전거 이용 목적은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오히려 자전거가 보행 도로와 녹지 공간을 침범하고 있다. 보행 도로에다가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고,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활동할 수 있는 녹지 공간에 자전거 도로를 내고 있다. 자전거가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쉴 수 있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차지해 버렸고, 사람들의 걷고 쉬는 활동은 위축됐고, 자동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지금 자전거는 생활 속 수단이 된 것이 아니라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수단이 됐고, 자전거 도로는 ‘일상 도로’보다 ‘여가용 도로’가 됐다.
자전거는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일상 활동이 아니라 여가 수단이 된다면 굳이 지금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로를 만들 필요도 없지 않을까. 자전거 이용자가 몇 퍼센트일지를 떠올려보면, 여가용(레저)은 아무리 그것이 좋은 수단이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왜 자전거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약자들을 배려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함이다. 자전거가 약자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강자의 수단이 되고 있다면 지금의 자전거 도로와 정책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재 공공 자전거 정책과 도로 조성을 보면 자전거가 가진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울 뿐 애초의 목적은 빠져 있다. 자전거 도로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고, 우리는 여전히 강자의 도시를 만들고 있다.
끝으로 이 글은 경상대학교 안재락 교수(도시공학)와 나눈 ‘자전거 도로’에 관한 사담에서 나온 것임을 밝힌다. 안 교수와의 대화 중 일부를 인용하며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너도나도 만들고 있는 자전거 도로가 과연 자전거 사회를 위한 것인지 재차 물음을 던져본다.
“도시의 이동수단, 이동공간이, 상대적으로 약자, 상대적으로 이동수단이 불편한 것, 상대적으로 느린 것, 여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자전거 도로가 되든 보행 도로가 되든 다 의미가 없다. 결국은 우리가 사는 도시 공간에 어떤 철학을 담아야 하는가가 본질이다. 자전거 도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도시 만들기는 여전히 폭력적이고 야만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