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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나비보벳따우’와 코로나시대 유행가

등록 2020-05-13 16:13수정 2020-05-14 02:38

“나비보벳따우~봅 보벳띠~”

정체불명의 언어로 흘러나오는 노래가 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가수는 짙은 눈썹의 싱어송라이터 개 ‘케이케이(K.K)’.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속 캐릭터다. 케이케이가 2008년 ‘타운으로 놀러가요 동물의 숲’에서 처음 연주했던 곡 ‘케이케이 하우스’가 10년도 더 지나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나비보벳따우’는 의미 없는 기계음 노랫말을 한 누리꾼이 외국어 받아 적듯이 댓글로 남긴 게 확산되면서 제목 행세를 하게 됐다.

서정적이면서도 간결한 기타 멜로디가 반복되는 짧은 곡으로 이걸 한시간 넘게 연속 재생한 동영상이 한달 만에 3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기타, 오케스트라, 국악, 아카펠라 등 패러디 버전도 쏟아진다. 지금 핫한 뮤지션 중 하나인 ‘새소년’까지 온라인 공연에서 이 노래를 커버 연주 했다.

게임 유저가 아니면서 ‘나비보벳따우’에 빠졌다는 사람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 곡의 스타일인 ‘칠 아웃’(chill out), 즉 적당한 템포와 편안한 분위기가 ‘코로나 시대의 유행가’를 만들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한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팬데믹 이후에 스포티파이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데이터 분석을 보면 전체 음악 소비량에서 최근 히트곡 소비는 20% 줄고 칠 아웃이나 50~80년대 인기곡 등 익숙하고 편한 음악의 소비가 50% 이상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불안과 고립감이 커가는 상황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음악이 선호된다는 의미”라며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나비보벳따우’의 인기를 짚었다.

실제로 3월 중순 이후 스포티파이의 데이터를 분석한 음악사학자 에밀리 안사리 캐나다 웨스턴대 교수는 “2차 대전 유대인 수용소 생존자들이나 80년대 엘살바도르 내전 시기 난민들에게 익숙한 음악은 고립감과 고통을 덜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팬데믹 시기에도 “안정감을 주고 친숙하며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떨어져 있는 친구나 가족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임 속 풍경처럼 아늑한 카페에서 이웃이나 친구와 느긋하게 기타 연주를 즐기는 일상에 대한 그리움이 전세계인들을 게임 속 강아지의 노래 한곡에 빠져들게 만드는 요즘이다.

김은형 논설위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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