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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거리의 칼럼] 얼굴 / 김훈

등록 2020-05-17 19:31수정 2020-06-28 16:25

물러난 줄 알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태원 젊은이들의 춤바람에 실려서 다시 쳐들어오고 있으니 겁난다. 이럴 때는 오직, 정은경 본부장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

비대면의 세월이 계속되고 있다. 수업도 비대면, 강의도 비대면, 배달, 식사, 운동경기도 비대면이다. 오늘 라디오 뉴스를 들으니까 정부는 ‘비대면 산업’을 정착시키는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비대면은 이제 국가정책이다.

비대면이란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얼굴’이라는 한국어 글자 두 개를 귀하게 여긴다. ㅓ모음과 ㅜ모음이 이어지면서 입안이 둥글어지고, 그 속을 ㄹ받침 두 개가 굴러가면서 아름다운 울림을 울린다. 사람의 입안이 악기로 변하면서 이 울림은 많은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대면관계에서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공자와 예수의 제자들은 책으로 배우기보다는 스승의 얼굴을 마주 대하고 배웠다. 밥을 먹을 때도 얼굴을 마주 보고 표정을 교환하면서 먹어야지, 양계장의 닭처럼 앞만 보고 먹으면 아무 맛 없다. 양계장 닭들은 수만 마리가 동시에 혼밥을 먹는다.

연애는 본질적으로 비대면을 거부한다. ‘그립다’는 말은 현존하는 너의 몸, 너의 얼굴, 너의 표정이 그립고, 그것의 부재를 견딜 수 없다는 말이다. 비대면 연애는 그 자체가 불행이고 비극이다. 너무 힘들어서, 오래가기가 어렵다. 코로나가 창궐해서 제도적 ‘비대면’이 되고 나서야 사람 얼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니, 사람의 깨달음은 어찌 이리 더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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