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ㅣ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와 임팩트 시대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이후 시대가 다가오는 임팩트 시대를 더욱 앞당기거나, 또는 임팩트 시대가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필요를 잘 감당할 수 있을까요? 예상치 못하는 영향, 범위, 시기와 맞물려 특정 사건이 발생할수록 ‘회복력’(resilience)이 모든 사회와 조직에 지속가능성의 가장 큰 변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회복력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자극으로 달라진 상태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는 힘”입니다. 지진 등과 같은 자연재해가 한 번도 없었던 지역과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지역을 비교해보면 흥미롭습니다. 두 지역 중 회복력이 높은 곳은 어디일까요? 흥미롭게도 한 번도 지진 피해를 경험해보지 못한 곳이 아니라 많은 지진을 통해 취약성을 발견하고 준비를 해 나갔던 지역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는 임팩트 시대의 필요와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시대입니다.
지진, 코로나19 등의 사건은 그 전에는 우리가 간과했던 사회적 취약성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고통스러운 기회임과 동시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이전의 사회관념과 관행을 돌아보며 더 나은 ‘회복력’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유엔국제재해경감전략기구(UNISDR)는 후자의 기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의 회복’(Build Back Better)의 기회로 설명합니다. 이 개념은 2015년부터 2030년까지 유엔이 제정한 ‘재해경감 전략’이지만 현재는 자연재해 외에도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사회 불평등까지 적용되는 ‘회복력’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의 회복’은 물리적 환경의 복구를 넘어 제도적 개선과 지역사회 회복, 더 나은 가치와 삶의 방식이 가능하도록 돕는 새로운 법 제도와 정책, 그리고 이에 대한 측정과 평가까지 포함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시대가 그 이전의 시대를 복원하는 목표로만 가게 된다면 이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치르고 있는 엄청난 희생과 슬픔에 대한 인류사적 오류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과거와 같이 사회경제환경적 혜택도 ‘부익부 빈익빈’, 사회경제환경적 피해의 회복도 ‘부익부 빈익빈’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코로나19가 드러냈던 사회경제환경 모든 분야의 취약성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을 탐색해야 할 시대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임팩트 시대를 앞당기는 소셜벤처는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탐색하며 실행하는 선행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푸드테크 ‘위허들링’은 직장인들이 음식점을 방문하길 꺼리는 부분을 해결함과 동시에 판로 확충이 절실한 다양한 사회적 경제 조직의 식재료와 음식이 포함된 아침·점심 도시락 구독서비스를 진행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도시락에 대한 높은 수요와 사회적 경제 조직의 동반 성장을 연결하는 ‘더 나은 방향으로의 회복’입니다. 대규모 행사나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교류의 장이 축소되면서 생기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빈틈을 위해 ‘남의집’은 개개인이 취미와 취향, 관심사를 바탕으로 삼삼오오 만나도록 돕는 플랫폼을 출시했습니다. 대규모의 만남이 어려워진 시기에 서로 연결되며 연대하고자 하는 개개인의 필요를 충족하며 사회적 자본이 강화되도록 돕는 ‘더 나은 방향으로의 회복’입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비플러스’는 긴급 자금 수요가 생긴 사회적 경제 조직을 위해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시작했습니다. 외부 기업과 공공기관,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자본시장을 다양화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상호 연대하는 ‘더 나은 방향으로의 회복’입니다. 마지막으로 리걸테크 ‘코메이크’는 중단 없이 지속되어야 할 사업 계약과 법무 검토가 지체되지 않도록 비대면 방식으로도 안전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계약서 준비, 체결 서비스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 역시 비대면 방식으로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고, 불합리한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돕는 ‘더 나은 방향으로의 회복’입니다. 이외에도 우리가 함께 꿈꿀 수 있는 ‘더 나은 방향으로의 회복’은 무엇이 있을까요? 선행지표로 활동하는 소셜벤처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시대가 어떠할지 상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