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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부가가치세를 인상해야 할 때다 / 우석진

등록 2020-06-09 14:21수정 2020-06-10 02:39

우석진 ㅣ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불붙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장하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제 도입을 언급한 이후에 대선급 의제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돈으로 기본소득제를 할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실한 편이다.

재원 마련 방안 중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방안은 지출 구조조정이다. 국민들의 추가 부담 없이 불요불급한 기존 지출을 조정하여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지난 2차 추경과 이번 3차 추경에도 지출 구조조정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지출 구조조정의 규모도 크지 않거니와 재정효과도 제한적이다.

궁극적인 재원 마련 대책은 적자 국채를 발행하거나 증세하는 것이다. 지난달 전 가구 대상으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일시적인 재정 소요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에는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기간에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 대응 효과도 그나마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과 같은 제도는 적자 국채로 운용할 수 있는 성질의 사업이 아니다. 기본소득은 조건을 만족하는 모든 사람에게 지급해야 하는 의무지출로서 항구적으로 재원이 소요되는 정책이다. 이런 경우에는 기존 사업을 삭감해서 재원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지출 수준에 상응하는 재원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책이 지속가능하지 않거나 감당할 수 없는 국가채무를 지게 되어 다음 세대에 비용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세대가 된다. 이 때문에 재원대책이 동반되지 않은 대규모 재정사업은 허언에 가깝다. 나중에 재원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변명은 실현된 적이 없다.

과감한 증세를 해야 한다. 지난 3년간 핀셋 증세라는 명분으로 소규모 증세를 해왔다. 하지만 지지층의 표를 모았을지는 모르지만 사실 세수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세수 환경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비과세·감면도 크게 늘어 법이 정한 국세감면율 한도에 거의 도달했다. 이번 3차 추경에서도 세수가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쳐 이를 채워 넣는 세입 추경이 11조원 정도에 달했다.

1971년 부가가치세 도입 논의가 처음 시작되었다. 정부 내 논쟁이 있던 즈음인 1975년 당시 남덕우 재무부 장관은 유럽의 부가가치세 시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세제국장, 국제조세과장, 김재익 청와대 경제비서관과 한 명의 교수를 시찰조사단으로 파견하였다. 그 한 명의 교수가 당시 서강대 교수이던 김종인 위원장이었다. 출장 보고회에서 부가가치세 도입에 대한 네 사람의 의견은 2 대 2로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부가가치세는 1976년 11월 단일 표준세율 13%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행은 다음해인 1977년 7월부터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시행을 목전에 둔 1977년 6월 부가가치세 도입에 반대하던 경제계의 여론을 달래기 위해 탄력세율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는 1%포인트 인하한 12%안을 제안하였으나, 박정희 대통령의 중재로 부가가치세를 연기하지 않고 도입은 하되 10% 세율로 시행하도록 조정되었다. 이렇게 도입된 부가가치세의 세율은 그 이후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고, 2018년 기준 70조원의 세수를 기록하였다.

부가가치세는 조세 부과로 인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왜곡을 최소화하면서 세수를 걷을 수 있는 선진적인 세제로 알려져 있다. 많은 선진국들이 부가가치세율 20% 언저리에서 과세하고 있고, 이를 통해 상당한 세수를 확보하고 있다.

기본소득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 소요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부터 내년 보궐선거 전인 3월까지가 중요하다. 앞으로 10개월 정도 기간을 놓치면 증세 논의 기회는 가까운 시간 안에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내년 4월 보궐선거 이후 대선이 1년쯤 남는데, 증세 깃발을 들고 선거에 나설 정치인은 없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증세 논의는 부가가치세 인상으로 시작해야 한다. 현재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세목은 부가가치세밖에는 없다. 법인세율 인상도, 고소득에 대한 세율 신설도, 종합부동산세 인상도 솔직히 세수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복지국가로 이행하면서 안정된 세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 인상이 필수적이다. 우리도 이번 21대 국회에서 최초 도입 당시의 세율인 13%까지라도 인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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