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수(multiplier) 이론’은 경제 변수(정책)의 효과를 분석하는 모델이다. 불황기에 국가가 돈을 풀어 만든 유효 수요가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고, 시간이 흐르면 결국 풀린 돈의 몇배에 이르는 경제 효과가 나타난다는 케인스 이론의 핵심이다. 학계의 논쟁은 여전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재정정책에 주요하게 활용하는 방법론이다.
‘재정 승수’는 정부 지출을 한 단위 늘렸을 때 국내총생산(GDP)이 얼마나
증가하느냐를 복잡한 함수 모형으로 산출한 것이다. 재정 수단은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게 정부가 돈을 쓰는 것(정부 지출)인데, 인력을 채용하고 물건을 구매(소비)하거나 건물과 도로 등을 짓는 것(투자)이다. 또 재난지원금처럼 민간에 직접 돈을 주거나(이전지출) 걷어야 할 세금을 줄여주는 방법(감세)도 있다.
정부 지출은 대체로 투자 쪽이 소비보다 ‘승수 효과’가 크다. 성장률 관리가 중요한 경제 관료들이 늘 경기 부양책 1순위로 건설 투자를 앞세우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 투자가 과도하면 민간 투자를 밀어내는 이른바 ‘구축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가 민간의 몫을 잠식해 외려 민간의 투자 활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추산하는 재정 승수는 0.3~0.4,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0.5가량으로 본다. 만약 10조원을 정부가 지출하면 3조~5조원의 경제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경기가 나쁠 때 재정 효과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경기침체기 재정 승수를 최소 0.5에서 최대 2.5까지로 예측한다.
감세 효과(조세 승수)는 정부 성격에 따라 들쑥날쑥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조세 승수(0.23)보다 재정 승수(0.40)가 훨씬 크다는 정부 전망치가 나오더니,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시행한 감세 정책 효과를 강조하는 통계들로 금세 대체됐다.
국가 재정은 먼저 쓸 곳을 정한 뒤 그만큼 세금을 걷는 ‘양출제입’ 원칙을 따른다. 벌이에 따라 씀씀이를 정하는 민간과는 반대다. 공공의 욕구를 충족하는 경제 활동이기에 부족함 없이 집행하기 위해서다. 정부 지출을 기업 투자와 비교해 효율이 낮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장사치의 셈법으로 국가 재정을 꾸릴 순 없는 일이다.
김회승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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