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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유소연의 기부와 골프 / 김창금

등록 2020-06-23 20:25수정 2020-06-24 02:37

한국 사회에서 골프는 과거 특권층의 스포츠로 인식됐다. 1960년대 신문사 사설을 보면 그런 점이 드러난다. <동아일보>는 ‘골프족 골프장’ 사설(1968년 2월22일)에서 “조상의 산소 언저리를 파헤쳐 골프장을 만들어 놓고 빙빙 돌아가며 광태를 부리는 후손이 있다면 어떻게 볼 것이냐”며 서울 효창공원에 골프장 허가를 내준 서울시를 꾸짖었다. 또 “골프와 골프족들이 대중의 증오의 대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우리나라에 골프가 허가될 때가 있다면 남북통일이 완수되고 온 국민의 소득이 올라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단계에 비로소 가능하다”라고 썼다.

이런 적대감은 1998년 박세리가 유에스오픈에서 우승한 것을 기점으로 조금씩 바뀐다. 특히 최경주가 2008년 재단법인을 만들어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모범이었다. 2010년에는 신지애가 한국여자골프 챔피언십 우승 상금 전액(1억4천만원)을, 같은 해 김인경이 엘피지에이(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상금 전액(22만달러, 약 2억6천만원)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난주 유소연이 한국여자오픈 우승 상금 전액(2억5천만원)을 코로나19 성금으로 내기로 한 것은 이런 연장선에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2019년 말까지 자선기부금 누적 총액이 30억달러(약 3조6천억원)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1938년 첫 기금 모금 뒤 10억달러(2005년) 돌파까지 67년이 걸렸지만, 20억달러(2014년)와 30억달러 고지는 가파른 속도로 도달했다.

골프가 큰돈을 기부할 수 있는 것은 풍부한 후원사 시장과 팬 특성 때문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낸 ‘2020 골프 비전’ 보고서를 보면, “공식 통계는 없지만 전세계 8천만명의 사람들이 약 4만개의 코스를 찾는다. 여성 골퍼가 늘고 있으며, 노년층과 여유 계층으로 확대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달 타이거 우즈와 필 미컬슨, 페이턴 매닝, 톰 브래디 4인이 출전한 코로나19 기금 마련 이벤트가 하루 새 2천만달러를 모은 것은 골프가 지갑을 열 수 있는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소연의 ‘통 큰’ 기부는 선수의 가치를 높이고, 골프의 대중적 이미지를 개선할 것이 분명하다.

김창금 스포츠팀장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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