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문 ㅣ (사)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정치학박사
지난 9일 국무회의에 상정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은 “환수금이 1천억원이면 보상금이 300억원인데 너무 과도한 게 아니냐?”는 대통령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다른 법에 의한 보상금과 형평성을 주장하는 다른 국무위원의 이의 제기로 결국 보류되었다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출한 개정안은 30억원인 부패행위 신고자에 대한 보상금 상한을 없애고, 지급 비율을 환수금의 4~30%에서 30%로 완전비율제로 하고자 하였다. 법 시행 초기부터 ‘상한액 없는 완전비율제’를 주장했던 필자로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부패신고자, 특히 내부신고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갖는다.
현행 보상금 체계에서는 다음 몇가지 점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첫째, 1천억원 환수 시 보상금 300억원이라는 인식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원전이나 방산 비리 등을 제외하고는 몇백억원 규모 환수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둘째, 만일 1천억원을 환수해 300억원을 보상금으로 주더라도 공공기관은 700억원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다. 셋째, 환수 금액이 수십억, 수백억 단위로 올라갈 경우 그러한 부패행위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상당히 한정적이기 때문에 누가 신고했는지 조직에서도 알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생명이나 신체에 치명적인 보복행위가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보상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보상금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 부패 행위자의 회유 시도 가능성은 커지게 마련이다. 넷째, 보상금은 ‘신고로 인해 직접적인 공공기관 수입의 회복이나 증대 또는 비용의 절감을 가져오거나 그에 관한 법률관계가 확정된 때’ 지급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고 이후 오랫동안 실업자 신세가 되어 재취업 자체도 힘든 경제적 어려움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의 경우 이미 상한액 없는 30% 지급을 하고 있으며 미국의 부정주장법(False Claim Act)에서도 한도 없이 15~30%를 지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불법행위를 신고하여 23억달러 벌금 부과가 이루어지게 한 내부신고자 6명에게 1억200만달러(1230억원 남짓)의 보상금이 지급된 바 있다.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어 환수액의 30%가 보상금이 된다고 하더라도 지난 10년간 평균 보상금은 2천여만원에 불과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상 금액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대다수 신고자들이 단지 돈을 바라고 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정도 연봉을 받고 있고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1년 연봉에도 못 미치는 보상금 때문에 신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정부는 부패범죄 몰수 금액 중 5%와 출연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여 부패 및 공익 신고자 지원 기금으로 만들어 신고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내부고발자 등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 강화”를 제시한 바 있으며,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2017년부터 공익신고자 보호 강화, 2018년 공익신고자의 범위 확대, 신고자 보호 전담조직 강화 및 공익신고자 필요적 책임감면제 등” 신고자 보호 강화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고자에 대한 보상 체계 역시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한도액 없는 완전비율제’ 보상금이 그 하나의 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