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작은 말씨름이 붙었다. 언어순화 정책을 비판한 칼럼
‘고쳐지지 않는다’(4월6일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언어는 퇴행하지 않고 달라질 뿐, 걱정도 개입도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한글문화연대에서 ‘공공언어 개선 전문가 토론회―언어에 대한 개입은 정당한가’라는 주제로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영화처럼 ‘17 대 1’의 상황이었다.
외래 요소로 요동치는 언어를 보는 두 관점. 쉽고 바른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는 ‘개입주의, 처방주의, 순화주의’ 측과 기왕 들어온 거 잘 어울려 지내자는 ‘자유주의, 설명주의, 기술(記述)주의’ 측. 혁명가와 구경꾼의 거리만큼 둘 사이에는 장강 하나가 흐른다. 지금의 언어순화는 언어민족주의가 아닌, 언어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언어만큼은 이해하기 쉬운 말을 쓰자는 취지다. 환영. 성과도 있다. 인정.
하지만 주체를 바꾸자. 말에 대한 최종 책임은 ‘사회적 개인’의 몫이다. 국가는 개인의 말에 대해 ‘맞고 틀림’을 판정할 권한이 없다. 우리의 비극은 이 권한을 아직도 국가가 틀어쥐고 있다는 점. 그 결과 언론출판계를 비롯한 시민영역에서 새로운 개념이나 다양한 번역어를 유통·경합시키고 어느 하나로 모아가는 ‘말의 발산과 수렴’의 장마당(언어시장)이 사라져버렸다.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개인은 더 소통력 있고 평등한 언어를 구사하려고 애써야 한다. ‘쉬운’ 한국어는 단어가 아닌 글쓰기나 말하기 역량의 문제이다. 이런 ‘언어 감수성’을 기르려면 책을 읽고 글을 쓸 시간이 필요하다. 언어에 대한 문제가 실은 언어 밖의 문제인 셈이다. 이를테면 자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