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ㅣ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인천국제공항은 한국을 상징하는 곳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을 때 처음 도착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노동의 현실이 그렇기도 하다. 전체 노동자 중 약 1500명이 공사 소속의 정규직이고 약 1만명은 협력업체의 비정규직이다. 한국 사회를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으로 구성된 상위 10%의 성안 사람들과 바깥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비유한다면 인천국제공항은 그 축소판이다.
그곳이 지금 시끄럽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902명의 보안검색요원을 자사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밝히자 이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의 동의가 26만을 넘었다. 정규직 전환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해도 취준생들의 기회를 줄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스펙도 나쁜데 시험도 없이 운 좋게 그 어려운 인천공항의 정규직이 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에서는 특권의식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환과정에서 합당한 절차와 기준을 이야기하는 청년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취업시장은 얼어붙어 5월 현재 별다른 이유 없이 쉬었다는 20대가 지난해에 비해 33%나 증가했다. 이들에게 공사의 연봉 3500만원짜리 정규직 일자리는 좋은 기회로 보일 수 있다.
넓게 보면 문제의 뿌리는 역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큰 격차다. 심지어 비슷한 일을 하는데도 임금과 고용조건이 크게 다른, 성 안팎으로 갈라진
이중노동시장은 거대한 불공정이다. 간접고용을 포함하면 비정규직은 10대 대기업집단에서도 그 비율이 38%나 된다. 어찌 보면 현실의 이 커다란 격차가 청년들이 절차의 기계적인 공정에 매달리는 한 배경일지도 모른다. 이번 일에 분노하는 청년들 중에도 격차를 해소하고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방향에 반대하는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째 인천공항을 방문하여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그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2019년 말 공공부문 비정규직 19만3천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여 2020년까지 1단계 전환 목표치의 94%를 달성했다. 전환자는 고용안정에서 만족도가 높아지는 등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자회사 고용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졌고 민간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컸다. 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직접고용을 위해 격렬한 투쟁을 했고 인천공항도 애초 약속과 달리 직접고용을 둘러싸고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규직 전환만이 아니라 다른 노력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정규직의 권익을 개선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추진하고 사내하청과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원청기업과 협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근속연수에 따라 저절로 임금이 높아지는 과도한 연공급 구조의 개혁 등으로 정규직의 기득권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정규직 내부자들의 강력한 이해추구는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노동시장의 분단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부문 정규직은 안정적인 고용과 함께 높은 임금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9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의 평균보수는 6779만원으로 노동자 평균연봉의 약 2배나 되며 상위 10%의 경곗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논란의 대상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9년 경영관리 등 일반정규직의 평균보수가 9130만원이나 되어 청년들이 취업하기 희망하는 회사 1위다. 그 원천은 역시 독점적 지위가 주는 지대인데 면세점 임대수익 등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2900억원에 달했다. 이는 또한 비정규직을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공정을 위해 공공부문에 필요한 것은 철밥통 혹은 귀족이라 불리는 정규직의 기득권은 제한하고 문호는 개방하여 더 많은 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이다. 정부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어낼 것이라 공약한 바 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낮고 저성장에 직면한 현실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이는 또한 취업에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표를 의식하여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되는 것인지, 직무급 확대 등 임금체계 개편은 오래전부터 말만 무성할 뿐이다. 공공부문에서부터 성안의 사람들이 노력하여 스스로 성문을 활짝 여는 노력을 보고 싶다. 그것이 가장 큰 불공정을 깨는 출발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