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막대한 예산을 써온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합니다. 과연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까요? 아니 풀 수는 있는 것일까요? 혹시 우리 기성세대가 자신의 이익과 관습에 사로잡혀 후배 자녀 세대의 고통과 바람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김용태
금태섭 ㅣ 정치인
김용태 전 의원님, 편지 잘 받았습니다.(
낙선자의 답장: 룰의 중요성) 정치의 역할이 누구나 인정하는 룰을 만드는 것이라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민주공화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법의 지배’는 어떤 사람에게나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는 믿음을 확립해서 사회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죄를 저지르면 같은 벌을 받고, 권력자나 재벌에게 주어지는 안전장치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보장된다면 부당한 특혜나 불이익을 둘러싼 시비도 사라질 것입니다. 어떤 사건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소시효가 끝났더라도 사실관계를 가려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또 어떤 사안에서는 애꿎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워 언론의 객관적인 보도나 취재에까지 비난이 퍼부어지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룰이 무너지고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말씀이 실감이 듭니다. 가히 ‘내로남불’이 공정을 대신하는 시대입니다. 젊은이들의 냉소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디스토피아 소설들이 그리는 가장 암울한 풍경이 ‘아이가 없는 사회’입니다.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그 모습이 우리에게 현실로 닥쳤습니다. 그런데 잘 아시는 것처럼 저출산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의 결과가 표면으로 드러난 모습입니다. 그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 아닙니다. 역대 정부가 막대한 노력과 예산을 들이고도 실패한 첫번째 이유가 바로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보지 못하고 그저 알량한 출산장려책을 제시하면서 아이를 낳으라는 맥락 없는 소리만 되풀이했기 때문입니다. 살기가 팍팍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겠습니까. 양육이나 교육비 부담이 없으면 그나마 조금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데 어떻게 출산율을 올릴 수 있겠습니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머릿속에서 저출산 문제 자체는 지워야 합니다. 성실히 살면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주거정책을 펴고, 살인적인 경쟁 없이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억압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 일들에 집중하다 보면 그 결과로서 자연적으로 출산율이 올라갈 것입니다. 자녀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본능마저 억누를 정도로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안과 불만 수준이 높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부끄럽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젊은 정치인들의 유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인재영입’이라고 일컫는 일입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이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지극히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인재영입’이라는 용어 자체가 구시대적이고 비민주적입니다. 능력 있는 사람, 즉 인재를 찾아서 발탁한다는 말은 그 자체가 기존 정치권을 주체로 보는 시각입니다. 영입되는 인재는 수동적인 평가의 대상에 그칩니다. 기업이라면 이런 말을 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의사를 모아내고 정치적 결단을 하는 정당의 리더가 이렇게 뽑혀서는 안 됩니다.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서 스스로 능력을 입증하고 동료들의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기존 정치인이나 정당이 할 일은 그런 활동과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당들은 조선시대 과거제도가 연상되는 방식으로 젊은 정치인들을 선발해왔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경쟁을 붙이거나 혹은 당대표의 측근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서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보안을 유지하고 공개 때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다 보니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불쑥 등장한 ‘인재’들이 과연 우리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지 불분명합니다. 지난 총선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청년들이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물론 영입된 분들 중에는 능력이 출중한 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선발한 분들은 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스스로 만든 기반이 없으니까요. 사회의 모순을 정면으로 찌르는 날카로운 발언은커녕 당대표의 함구령에 일제히 입을 다무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만은 꼭 고치고 싶다는 갈망을 느낀 것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우리도 지역이나 정당의 조직에서 경험을 쌓고 동료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 젊은 지도자를 가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저는 저희 당이 여기에 역점을 두고 조직과 문화를 바꾸어나가기를 기대하면서 나름의 역할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미래통합당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보수, 진보 모두 능력 있고 참신한 정치인들이 나타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