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진 ㅣ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7월22일에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었다. 필자가 조세 관련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올해의 세제개편안은 매우 중요한 시점에 발표되었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개편안은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소비가 부진하고 수출 및 투자 여건이 부정적이고, 취약계층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어 분배지표가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수요가 증대되는 가운데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어 조세 수입을 더 늘리기는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세제개편안 중 눈에 띄는 세법 개정안은 부가가치세에서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조치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개인사업자의 부가가치세 세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 연매출 8천만원 이하 일반 개인사업자의 납부세액을 간이과세자 수준으로 경감 조치한 바 있다. 동시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납부면제 기준 금액을 3천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렇게 되면 부가가치를 받은 일반과세자가 그걸 국가에 납부하지 않고 일부 혹은 전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소비자가 개인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셈이다.
세법 개정이 되면 한시적 부가가치세 완화 조치가 영구화된다. 이렇게 되면 간이과세자가 23만명 증가하게 되고, 2800억원 정도 부가가치세가 감소하게 된다. 또한 부가가치세 납부면제 조치로 납부면제자가 34만명 정도 증가하고 세수는 2천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부가가치세제를 운용하는 나라들의 경우 거래 때 세금계산서를 주고받고, 이를 기초로 한 장부를 작성(기장)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동시에 기장이 어려운 일정 규모 이하의 소규모 사업자에 대해서는 납세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특례제도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19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할 때 소규모 영세업자를 위한 과세특례제도를 같이 도입했다. 공급대가 1200만원 미만의 사업자에 대해 매출의 20%를 부가가치로 간주하여 10%의 세율을 적용하는 과세특례제가 시행되었다. 1978년 당시 과세특례자의 비중은 76.5%였다.
1995년 12월 공급대가 1억5천만원 미만의 개인사업자에게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적용하는 간이과세제를 도입하였다. 한동안은 과세특례제도와 같이 병행하여 운영되다가 1999년 12월 기존의 간이과세자는 일반과세자로 흡수하고 과세특례자는 간이과세의 방법에 의하도록 제도가 개편되었다.
간이과세제도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존재한다. 간이과세자 때문에 탈세가 조장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공평 과세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간이과세자 스스로 매출을 축소하거나 면제 기준금액 이하로 매출을 보고함으로써 부가가치세를 회피할 수 있다. 혹은 일반과세자가 간이과세자에게 판매한 매출을 누락시켜 부가가치세를 회피할 수 있다. 간이과세자는 일반과세자의 세금계산서를 받을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일반과세자는 매출을 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부가가치세의 회피가 소득세의 누락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 자영업자를 위한 특례는 필요하긴 하지만 일정 정도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많은 국가에서 한국과 유사한 간이과세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오히려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19년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법인사업자를 제외한 부가가치세 납부대상자 중 간이사업자는 2017년 30%, 2018년 28%로 낮지 않은 수준이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간이사업자의 규모는 증가하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충격은 일시적이다. 부가가치세가 부담이면 한시적인 조치를 연장하면 되는 것이지 이러한 조치를 영구화할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처럼 정보기술(IT)이 발달하고 신용카드 사용이 많은 나라에서 부가가치세 납부비용을 줄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간이과세제도를 축소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간이과세자가 많아지면 부가가치세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한쪽으로는 뉴딜을 외치고 전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세수의 근간을 허무는 조치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개인소득세에 과세면제자가 많아 과세 기반이 허약한데, 소비세마저 과세 기반이 약해지면 복지국가로의 꿈은 멀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