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번씩 우산을 펼쳐들게 하는 긴 비가 이어진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던 출근길 모퉁이, 빗물이 개울을 이룬 길 위에 불뚝 물 부채가 솟아올랐다. 거 참 신기하다, 어디에서 샘솟는 물줄기인가? 신기해 가만 들여다보니 부챗살은 얇디얇은 풀 한포기다. 태어나 보니 자신의 삶터는 보도블록 사이 척박한 땅이었던 박복한 잡초. 사람들의 발길에 차이며 꿋꿋하게 버텨온 녀석은 어느새 이만큼 자라 가냘픈 그 몸으로 쉼 없이 밀려드는 거센 물살을 번쩍번쩍 들어 올린다. 상대의 힘을 타고 넘는 유연함으로 자신을 지키는 모양새다. 비 그친 아침 어제보다 씩씩해진 녀석을 보았다. 이 여름을 살아내는 세상 모든 씩씩한 존재들의 건투를 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