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수│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의결, 그 결정의 배임 여부에 대한 2019년 국회의 감사 요구, 그리고 최근 국회에서 있었던 집권당 의원들과 최재형 감사원장 간의 설전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가 민감한 정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감사원 입장에 공감할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감사 시작 자체가 국회 요구에 응한 것이며, 대상 또한 탈원전 정책 전반이 아닌 경제성 평가에 한정되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감사원은 법원과 유사한 수준의 독립성을 갖는 헌법상 감찰기관이다. 따라서 이번 감사 결과 설사 폐쇄가 부당하다고 나올지라도 그것은 예단이 아닌 중립적 판단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은 법원의 판결조차도 결정을 내리는 법관의 이념과 선호에 따른 전략적 행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굳이 연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민들 또한 누가 절차의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만약 감사나 판결이 누가 진행하는지와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왜 정치권은 누가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되는가를 놓고 지금까지 격하게 대립해 왔겠는가.
지금까지 보도된 감사원의 행보를 볼 때 현 논란의 본질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원장과 대통령의 정책 선호 차이에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1차 조사 뒤 담당 국장을 교체한 뒤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총선을 눈앞에 두고 연속적으로 감사위원회가 개최되며 (탈원전 정책이) “대선 공약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할 수 있냐”는 감사원장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비용편익분석의 협소함이다. 원전의 경제성은 외부효과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 원전 운영의 회계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 사이에 큰 차이가 있어 원전의 위험을 어떻게 고려하느냐에 따라 발전비용이 달라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원전의 회계적 발전비용은 48.8원/㎾h이나 위험 고려 시 그 비용은 70.2~91.8원/㎾h로 늘어난다. 동시에 원전 운영 비용은 그 자체가 정부 지원의 산물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한국 원전의 경제성은 한수원의 효율성이 아닌 낮은 건설비용에서 나온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다른 나라였다면 민간기업이 해결했어야 할 부지 선정과 수용의 어려움을 우리는 정부가 대신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전환된다면 그 비용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감사의 근본적 문제는 비용 판단에 있지 않다. 에너지 정책의 전환과 같은 이슈를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있다. 이 정책은 대선에서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권자의 판단을 거쳤다. 반면 감사원의 민주적 정당성은 매우 취약하다. 국민 누구도 에너지 정책에 대한 감사원장의 정치적 견해를 알지 못하며 찬반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동시에 감사 결과가 감사원장의 독단이라 판단되었을 때 이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들의 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사후적 방법도 없다. 요컨대 현 정부의 대선에서의 41% 지지율을 언급한 감사원장의 경우 정작 자신은 아예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전 감사를 둘러싼 갈등은 현 단계 한국의 대의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정치의 사법화’에 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 중요한 사회·정치 이슈 중 감사원과 검찰로 넘어가지 않은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제는 공영방송의 오보조차 그 구성원에 의해 해결되지 않고 검찰로 넘어간다. 이와 같은 ‘너 고발! 너 감사!’ 정치의 등장은 정치세력 간의 대화를 통한 타협과 조정이라는 의회민주주의의 메커니즘을 약화시킨다. 사전적으로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도 않으며 사후적으로 국민에게 책임지지도 않는 감사원과 검찰이 정책의 정당성을 결정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같은 국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권 행사는 가능한 한 자제되어야 한다. 만약 이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평가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원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최적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