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편집국 내 책상 위엔 죽어 말라버린 지 오래된 국화 한 송이가 물 없는 유리컵에 담겨 있다. 지난해 12월 말 한해를 보내며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을 찾았을 때 묘역 입구 꽃집에서 산 그 국화다. 저물녘에 국화는 어느 무덤에도 올려놓지 못하고 서성거리다 그냥 가지고 왔었다. 국화는 물이 담긴 유리컵에서 열흘 정도 버티다가 꽃잎이 하나둘씩 짙은 갈색으로 말라가며 생을 마쳤다. 그 뒤에도 나는 아쉬움, 서러움, 분노, 미련 등 정리되지 못한 내적 갈등으로 쉽게 버리지 못했다. 국화를 마주하며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고 노동자들의 길거리 죽음을 되새겼다. 건조한 사무실 책상 위에서 국화꽃은 바싹 말라버려 밀가루처럼 부서져버릴 것 같다. 현실의 삶은 무겁고 죽음은 가벼운 것인가. 오늘은 장사 치르듯 보내야 할 것 같다. 슬퍼할 때 쓰이는 국화로 태어나지 말고 향기로운 들꽃으로 다시 태어나길 나는 바란다. 잘 가거라! 국화여!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