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사설] 위안부 피해자 운동, ‘29년 전 그날 용기’ 되새겨야

등록 2020-08-14 19:11수정 2020-08-15 02:32

일제의 ‘위안부’ 전쟁범죄를 처음 만천하에 드러낸 것은,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증언이었다. 29년 전 흑백필름 속 공개증언을 하던 그날의 김학순 할머니는 힘겨운 증언 가운데서도 인자한 웃음을 보여주셨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일제의 ‘위안부’ 전쟁범죄를 처음 만천하에 드러낸 것은,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증언이었다. 29년 전 흑백필름 속 공개증언을 하던 그날의 김학순 할머니는 힘겨운 증언 가운데서도 인자한 웃음을 보여주셨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14일은 제8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이날은 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생존자 가운데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것을 기려 정했다. 특히 올해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논란 등을 틈탄 한·일 극우세력의 ‘역사 뒤집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29년 전 그날의 용기’를 새로운 마음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기림의 날을 맞아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무책임하고 반인권적인 태도를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 이후 피해자들의 증언이 쌓이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유엔보고서에 들어갔다. 국제사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쟁범죄로 보고 있다. 나아가 위안부 피해자 운동을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는 여성 인권운동이자 평화운동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일본군 및 관헌의 직접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첫마디가 “일본군대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입니다”였다. 일본 정부는 차고 넘치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무슨 염치로 외면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내외 일부 극우 단체들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책임을 숨기고, “위안소는 고수익 시장”이라는 망언으로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역사 왜곡과 난폭한 2차 가해를 ‘학문의 자유’란 미명으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피해자들이 고령임을 감안해 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 애초 240명이던 국내 생존자가 27명(2018년), 20명(2019년), 17명(올해)으로 줄어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영상 축사를 통해 “정부는 할머니들의 용기와 헌신이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는 것으로 보답받을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9년 전 김학순 할머니는 참혹한 사실을 증언하던 도중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못다 하겠어”라며 잠시 숨을 고른 뒤 “절대 이것은 알아야 합니다. 알아야 하고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으니까”라고 증언을 마무리했다. 정의연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할머니들의 아픔을 가슴에 새기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기림의 날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 운동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