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엊그제 미국 우파 블로그의 하나인 ‘아메리칸 싱커’에는 ‘<뉴욕 타임스> 사진 조작’이라는 제목의 글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이 신문 인터넷판에 실린 한 사진의 설명이 “아프가니스탄 국경 부근 민가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 곁에 선 파키스탄인들”이라고 돼 있으나, 유심히 살펴보면 미사일 잔해가 아니라 152밀리나 155밀리 불발탄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결국 <뉴욕 타임스>는 사진설명을 정정하는 수모를 겪었다. 진보 성향의 언론에 사사건건 날을 세워온 우파 블로그로서는 ‘한 건’ 올린 셈이다.
같은 날 ‘아메리칸블로그’ 등 진보 성향 블로그들은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영장 없는 도청 허용을 비난했다는 기사를 일제히 크게 다뤘다. 연설 내용 전문은 물론 삭제되지 않은 연설 장면 동영상까지 사이트에 올려놓았다. 미국 내 좌우파 블로그들 사이에 연일 벌어지고 있는 싸움의 한 단면이다.
미국의 블로그 전쟁도 우리나라 인터넷 사이트들 싸움 못지 않게 치열하다. 공화당 행동단체를 위해 가명으로 기사를 썼다가 들통난 ‘제프 개논 사건’이 좌파 블로그들의 승리라면, <시비에스방송>의 부시 대통령 병역비리 의혹 보도가 오보임을 밝혀내 앵커인 댄 래더를 사임에 이르게 한 사건 등은 우파 블로그들의 승리로 기록된다. 시사월간지 <아메리칸 프로스펙트>는 좌우파 블로그의 차이점에 대해 “보수주의자들은 주류 언론을 견제하기 위해 블로그를 사용하는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 행동가들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를 직접 개설했다고 한다. 기존 언론 매체를 견제하는 대항언론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보면 역설적으로 미국 우파 블로그와 성격이 맞닿아 있는 셈이다. 긍정론과 비판론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출범한 청와대 블로그가 앞으로 누리꾼 세상에서 어떤 변주곡을 그려나갈지 궁금하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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